|
삼성그룹이 대대적인 연구조직 개편에 나섰다. 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르면서 소재뿐 아니라 각 계열사 연구에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삼성종합기술원(종기원)의 연구진을 재배치해 사업 분야별 연구활동에 더욱 매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약 1200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종기원은 석박사 연구원 비중이 90%에 달하는 삼성의 핵심 연구 조직이다. 또 삼성중공업 연구개발(R&D) 인력은 경기도 성남 판교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소재는 경기 수원, 그 외 R&D 인력은 판교로 이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종기원 근무인력들은 현재 근무지인 경기 기흥 사업장을 완전히 비우고 새 자리로 떠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흥에 있는 종기원이 소재산업단지로 이동을 한다"며 "올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종기원 이동은 확정된 것"이라며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등이 모여 있는 소재단지에서 종기원이 연구과제 등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소재 분야 연구를 담당해온 연구원들은 수원 사업장에 위치한 삼성 전자소재연구단지로 전원 이동할 예정이다. 그 외 분야 연구원들은 각개 사업단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 실무진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며 연구업무를 하게 된다.
삼성은 이번 종합기술원 인력 재배치를 통해 전자소재 분야 연구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소재 연구인력이 새로 집결하게 될 삼성 전자소재연구단지는 지난해 11월 5일 개소한 시설로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제일모직이 소재 관련 연구를 위해 공동 투자했다.
상주 연구인력은 3000명으로 특정 사업이나 제품에 대한 연구는 배제한 채 소재 관련 연구만을 진행한다. 연구진은 계열사별 과제 연구는 물론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신사업 확보 차원에서 소재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이 전자소재개발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부품이나 소재 사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그동안 TV 등 완제품 사업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선두지위를 지켜왔지만 소재 사업에서는 일본 등 해외 업체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삼성기술전'의 주제도 전자소재다. 종기원이 해마다 주관하는 이 행사는 미래 유망기술과 차세대 핵심기술을 발표하는 자리다.
수원이 소재중심 R&D 핵심이라면 판교는 그 외 계열사들의 R&D센터가 되고 있다. 이미 삼성테크윈이 둥지를 틀고 있는 판교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하반기 판교 R&D센터를 완공해 현재 경남 거제에서 근무 중인 연구인력을 판교 센터로 전원 이동시킬 예정이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삼성 중공업의 판교 R&D센터는 1500명의 연구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와 대전연구소 등으로 연구인력이 분산돼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연구인력 집중으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함"이라며 "인력이 한곳에 모이면 연구 분야별 시너지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