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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싸들고 안방 파고드는 중국 IT 기업

하이거 2014. 4. 17. 03:16

현금 싸들고 안방 파고드는 중국 IT 기업

시사INLive | 이종대 | 입력 2014.04.15 08:33

한국 정보기술(IT) 업계, 특히 게임 업계가 중국 회사들의 급속한 세력 확대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텐센트는 넷마블로 유명한 CJ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28%를 보유한 3대 주주로 떠올랐다. 텐센트는 2012년 4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720억원을 투자하면서 2대 주주(지분 14%) 자리를 확보한 상태이다. 그 밖에도 리로디드 스튜디오에 54억9500만원, 아이덴티티 게임즈에 39억9900만원, 탑픽에 20억2000만원, 넥스트플레이와 레드덕에 각각 15억원, 스튜디오혼에 14억5000만원을 투자하면서 국내 유망 게임업체들을 입도선매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게임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한국 지사 설립 후 엠게임, 한빛소프트 등의 회사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중국의 샨다는 액토즈소프트 지분 40%를 558억원에 인수 후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CJ E & M 넷마블 텐센트는 CJ게임즈의 3대 주주가 됐다.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는 방준혁 CJ E & M 상임고문.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급속히 세를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에서 정부의 보호정책 등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상승 중이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할 예정인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12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업계의 양대 산맥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몇십 개 사고도 남을 만한 규모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게임회사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알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QQ와 위챗을 통해 유통된 한국 게임 < 크로스파이어 > 는 단일 게임 최대치인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 던전앤파이터 > 도 약 5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국내 게임회사 네오위즈의 해외 매출 대부분은 텐센트에서 나온다. 아직은 광대한 시장 규모에 비해 콘텐츠 질이 낮은 중국 IT 기업들 대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인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IT 기업들이 관심을 끄는 것이다.

인수 대상에서 외면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문제는 중국 IT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질이 향상되면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재 시장에서 B급 제품의 온상으로 지탄받던 중국이 외국 자본과 기술을 급속히 빨아들이면서 이제는 외국 업체들을 차별해 쫓아내고도 독자적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IT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게임 등의 콘텐츠 비즈니스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 애니팡 > 을 모방한 < 매일매일팡팡(天天愛消除) > 과 비행 게임 < 비행기대전(飛機大戰) > , < 윈드러너 > 나 < 쿠키런 > 을 모방한 < 톈톈쿠파오(天天跑酷) > , < 탭소닉 > 을 모방한 < 리듬마스터(藝奏大師) > 등은 이미 위챗 내에서 인기 게임이 된 지 오래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인수 대상에서 외면 대상으로 전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IT 중화의 힘은 어마어마한 시장 크기와 이를 통해 확보한 막대한 현금에서 나온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다가는 중국 업체들의 인수 대상이 되었다가 버려지거나,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에 의해 고사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까다로운 취향과 거대한 시장 규모를 갖춘 일본이나 세계 IT의 중심 미국 시장 공략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다. IT 중화의 물결에 직면한 한국 IT업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종대 (트리움 이사)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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