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데이 강민주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양대 기둥이라 일컬어지는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각각 기계공학과와 전자공학과를 나온 서울대 공학도 출신이라 점, 국내 게임산업 1세대 CEO라는 점, 2013년 기준 대한민국 ‘1조 자산가 클럽’ 28명 안에 든다는 점 등이 손꼽히는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리더십은 사뭇 다릅니다. 업계에선 김정주 회장을 ‘탁월한 경영마인드를 가진 전략가’로, 김택진 대표는 ‘현장에서 소통하는 현직 개발자형 CEO’라 칭합니다.
양사의 본사를 방문해보면 두 CEO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본사는 판교 벤처 단지에서 가장 멋을 낸 건물로 손꼽히며 마치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IT회사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넥슨 본사 건물은 직원들의 자조적인 말 그대로 ‘창고형’ 실리주의 건축을 지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두 CEO의 성향은 두 업체의 직장 문화와 인사, 복리후생 모든 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 탁월한 사업 수완을 가진 전략가, 김정주 NXC 회장
넥슨 그룹의 지주회사인 NXC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주 회장은 최근 신사업에 연이어 투자해 ‘전략가’란 별명에 걸맞은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를 성공으로 연결시키는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 ‘돈 버는 데 넥슨 김회장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줄곧 듣습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재벌들 보다 많은 재산을 축적했으면서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홀로 산행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해 시종일관 소탈한 모습을 유지하는 점은 다른 CEO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최근 큰 뉴스가 있었습니다. 액수는 작지만 김정주 회장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사였죠.
11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김회장은 최근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릿모터스에 100만 달러(약 1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릿모터스는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김 대표는 전기차의 시장성과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회장은 지난해 세계적인 장난감인 레고의 거래사이트인 ‘브릭링크’와 유럽의 유모차 회사인 ‘스토케’를 인수했습니다.
게임사 CEO인 김회장이 자동차와 장난감, 유모차에 투자를 한다니 생뚱맞게 느껴지시지요? 김 회장의 행보에 혹자는 의아한 반응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정주라면 확실한 투자일 것”이라는 게 주된 반응입니다.
김정주 회장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무릅쓰고 수많은 인수합병을 단행해 대부분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일단 인수를 하고 나면 수 년 안에 인수 자금의 몇 배를 남기는 김 회장의 경영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네오플과 게임하이입니다. 네오플을 인수한 김 회장은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위치에 올렸고 게임하이의 서든어택도 잦은 업데이트를 단행해 인기 게임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김정주 대표는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 뿐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지만 국내에 머물 땐 주저 없이 구로디지털단지와 같은 벤처기업 밀집지역을 찾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사무실로 들어가 스스로 본인을 소개하고 회사의 사업 내용에 대해 듣기를 청합니다.
인재를 보는 그의 안목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김태곤 상무의 영입입니다. 김 상무는 인기 게임 ‘영웅의 군단’의 개발자입니다. 엔도어즈 개발자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본 김 회장은 그를 넥슨 대표 개발자로 성장시켰습니다.
김정주 회장의 경영 철학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인수합병과 투자도 상호 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그의 주변에 잠재력 있는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 현장에서 어울리는 개발자형 CEO, 김택진 넥슨 대표
그에 반해 김택진 대표는 ‘현장에서 소통하는 현직 개발자형 CEO’입니다. 엔씨소프트를 창립한 지 17년이 되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개발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김택진을 만나려면 개발자 사무실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리니지’를 비롯해 엔씨의 모든 게임은 그의 손을 거쳐 갑니다. 그 역시 “게임 개발하는 것이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즐겁고 나와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직원들에게 함께 일하는 ‘동료’의 이미지가 강하기도 합니다. 개발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그는 낯설고 먼 존재가 아닙니다. 그는 실무 담당자들에게 조언을 주기도 하고 개발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 하는 등 항상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낍니다.
김 대표의 개발에 대한 열정은 트위터 고백에서도 드러납니다. 김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을 출시할 쯤 새벽녘에 “블레이드앤소울을 테스트 하느라 며칠째 밤을 세워가며 게임을 하고 있다”라는 글을 올린 일이 있습니다. 개발자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몇 안되는 CEO라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개발에 힘쓰는 김 대표가 신작 개발만큼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야구구단 ‘NC 다이노스’입니다. 김택진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9개 밖에 없는 프로야구 구단 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게임업계 CEO입니다.
야구에 열정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야구구단주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금력만 갖춘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야구 만화를 보며 밤새 변화구를 던지는 연습을 하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꿈이 수 십 년이 지나서도 이어져 야구 구단주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열정은 김 대표가 야구장에 보여주는 모습으로도 증명됩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1군 리그에 처음으로 진출한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기 위해 직원들과 구장에 방문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포착됐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선 대한민국 자산 1조 클럽 회원이란 타이틀도, 구단주란 타이틀도 무색했습니다. 선수들의 경기에 푹 빠져 진심을 다해 응원하는 모습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이 엿보였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대조적인 두 CEO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정주 회장에 대해 한편에서는 ‘너무 돈을 추구한다’, ‘직원들 복리후생이 회사 실적에 비해 너무 낮다’라는 비판이, 김택진 회장에 대해서는 ‘새로 내놓는 게임이 이름만 바꾼 비슷한 온라인게임이다’, ‘새로운 대세인 모바일게임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비판도 들립니다.
대학 선후배 사이이며 필요할 땐 서로 돕는 사이이기도 한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언론에는 ‘철저한 은둔형’ 경영자로도 알려진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매 번 성공적인 인수합병이나 신작 게임 발표, 해외 진출, 야구구단 창단 등으로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두 대표의 다음 행보는 어떠할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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