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거

판교핫뉴스1

[경기인터뷰]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즐거운 일에 열정을 쏟아라, 진정한 ‘퍼플피플’로 성장하리라

하이거 2014. 2. 10. 14:30
[경기인터뷰]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즐거운 일에 열정을 쏟아라, 진정한 ‘퍼플피플’로 성장하리라
강현숙 기자  |  mom1209@kyeonggi.com
승인 2014.02.10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한다. 대개들 불편한 것에 대해선 불평ㆍ불만을 쏟아내고, 그 이면에 신경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학창시절부터 ‘불편함을 관찰하는 것’에 집중했던 독특한 성향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누구보다 ‘불편’과 ‘부족’을 먼저 인식한 소년은 커서 삼성전자의 가로본능 휴대폰, 아이리버 프리즘 MP3,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 등 수많은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며 세계가 인정한 ‘디자인 구루’가 됐다. 바로 한국인 최초로 198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디자인 전문 회사 ‘이노디자인’을 설립한 디자이너 김영세 대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기쁘고 흥분되게 하는 ‘내일(my job)’을 찾아 ‘내 일(future)’을 만들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디자이너로 살아왔다. 최근 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적인 삶이 더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저커버그를 만난 자리에서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를 설명하면서 “디자인이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란 정의가 있습니다. 창조경제도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종종 인용하는 ‘Design is Loving others!’의 원조가 바로 김영세 대표다.

지난 3일 김 대표를 만나 ‘모범적으로’ 이노디자인 직원수와 연세를 질문했다. 그는 숫자에 대해선 묻지 말라 했다. 대신 세상의 중심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최근 회사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A. 이노디자인의 ‘이노웨이브(INNOwave)’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2014 iF 디자인 어워드’ 프로덕트 디자인 오디오/비디오 부문에서 본상(Winner)에 선정돼 디자인상을 수상했습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올해 총 3천249개의 작품이 출품돼 무척 치열한 경합을 펼쳤어요. 단연 디자인이 돋보이는 유니크한 구조와 캐주얼한 곡선, 5가지의 다양한 컬러와 고급스러운 마감으로 디테일하게 디자인된 ‘이노웨이브’는 원음을 대구경 40mm 드라이버로 전체 범위를 재생해 섬세하고 강력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Q. 1년에 수십 번씩 비행기를 타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고 들었다. 비행기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겠네요.


A.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사와 석사를 마쳤어요. 86년 미국에서 ‘이노디자인’을 설립한 이후 30여 년 동안 미국을 200번 이상 왔가갔다 한 것 같네요. 최근에 1년 중 절반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고, 보통 만나는 사람이나 조직이 다른 분야에 비해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사는 것은 원치 않지만 긴장감 없이 늘어져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영 나와는 맞지 않다. 아니, 어쩌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인지도 모르죠.(하하)

Q. 스케줄도 스케줄이지만, 세계 10대 디자인 회사의 대표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은 몇명 쯤 되나요?
A. 미국에서 쓰는 휴대폰과 한국에서 쓰는 휴대폰 두개 있는데 정확하게 카운트는 안 해봤어요. 대략 각각 천명쯤 있을 것 같은데요.

Q. 빌 게이츠가 “김영세는 디자인계 지도자이자, 디자인 구루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어린시절 김영세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A. 모범생은 아니었습니다.(하하) 저는 모험생과였죠. 모범생이 되려면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지만, 모험생이 되려면 자신의 호기심을 채워야 합니다. 대학 땐 음악을 좋아해 ‘아침이슬’을 부른 김민기와 함께 ‘도비두’라는 그룹까지 결성해서 활동하기도 했다. ‘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의 그룹 이름처럼 김민기와 함께 희한한 몰골에 기타를 둘러메고 대학가를 누비고 다녔어요. 당시 김민기는 ‘친구’란 곡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죠. 아마 음악을 계속했다면 아직 연예계 생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Q. ‘모험생’과였는데 어떻게 중3때부터 산업디자이너를 꿈꾸고 서울대 미대에 입학할 수 있었죠?
A.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네 집에 놀러가 무심코 펼쳐든 잡지 속에 있던 멋진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설렘이란 단어를 느낀 순간이었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디자인이다’라는 목표가 생겼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 미대에 가서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이야기하자,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서울대 공대에 원서를 썼지만 결국 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고 미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감행했어요.

Q. 용기가 대단하네요. 고집도 있으신 것 같구요.
A. 그저 디자인을 하는 일이 재미있고 좋았을 뿐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이 장차 어떤 일을 할지도 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취업 준비부터 시작하는데 부디 이 땅의 청춘들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 스펙 쌓기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일, 뜨겁게 나를 느낄 수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어야 진정한 퍼플피플로 성장할 수 있는데 말이죠.

Q. 퍼플피플이요? 참, 2012년 ‘퍼플피플’이라는 책도 출간했는데 퍼플피플의 정체는 뭔가요?
A. 지금껏 일하는 사람들은 생산직 근로자인 블루칼라와 사무직 근로자인 화이트칼라로만 나뉘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생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도전하고 새로움을 생산해내는 창의적인 사람들 탄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직감적으로 알아내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신인류를 퍼플칼라 노동자, 즉 ‘퍼플피플’이라고 제가 이름 지었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예전에는 직장을 선택할 때 기준이 ‘Bigger is better(클수록 좋다)’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곳이 나를 일에 미친 즐거운 또라이로 만들어줄 수 있는가’를 가장 염두해야 한다. ‘또라이’란 무언가에 미칠 듯 빠져 있는 열정적인 전문가를 말한다. 프로페셔널의 첫 번째 조건은 ‘또라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Q. ‘또라이’가 되라. 재미있네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또라이’ 되기가 쉽지 않잖아요. 퍼플피플의 조건이 있는지.


A. 대기업 자체는 절대 꿈이 될 수 없어요. 날마다 즐겁게 출근하고 싶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퍼플피플의 기본자세다. 단조로운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찾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조건은 첫째, 일하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야 한다 둘째, 일하는 동안에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셋째, 일을 마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주어야 한다. 퍼플피플은 거창한 사람도, 멀리 있는 사람도 아니다. 만족과 포기를 모르고 사는 자신의 행복이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고민할 줄 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러분이 바로 퍼플피플이다.

Q. 그렇다면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이노디자인의 직원들은 어떤가요. 회사 규모도 궁금합니다.
A. 직원 숫자는 묻지 말라. 머리 수 보다 머리 속이 중요합니다. 한국 사회는 조직, 숫자, 규모, 가격, 부동산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데 내가 일하는 실리콘벨리에서 중요하지 않아요. 대표로서 이노 디자이너들에게 ‘예술가처럼 일하라’고 주문합니다. 출퇴근 시간보다 영감에 따라 일하고 조직에 속해 있으나 항상 자유인으로 살라고 말이죠. 디자이너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 디자인하라!’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만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랑’과 ‘디자인’이 대체 무슨 상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랑’이 담기지 않은 디자인은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사랑이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절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세 가지 키워드는 생활(lifestyle), 문화(culture), 공간(space)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고리는 사랑이다.

Q. 디자인이 곧 사랑이라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대표님께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죠?
A. 내게 디자인은 사랑이고, 즐거움이며, 행복입니다. 세상에 산업디자인이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 사실은 변화이 없어요. 달라진 것이 있다면 10여 년 전부터는 내가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고 즐거움이며 행복이라는 것이죠.

Q.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이룰 만큼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대표님은 아직도 꿈이 있는지.
A.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 생각입니다. 샤넬처럼. ‘INNO’라는 브랜드를 ‘브랜딩’하고, 이노디자인 회사는 토탈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컴퍼니(Total creative solution company)로 키울 겁니다. 2년 전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에서 랩을 출범했고, 이제는 실질적 디자인을 접목하는 도전만 남아 있어요.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김시범 기자sbkim@kyeonggi.com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