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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팀장님, 외제차에 푹 빠지더니…'카닥' 창업한 이준노 대표

하이거 2014. 2. 3. 04:22

마흔살 팀장님, 외제차에 푹 빠지더니…'카닥' 창업한 이준노 대표

박정현 기자 

입력 : 2014.02.01 05:03

카닥 이준노 대표/사진=박정현 기자

“상반기엔 내실을 다지고, 하반기부턴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겠습니다.”

카닥(Cardoc)의 이준노 (39) 대표는 ‘자동차’ 마니아다. 그는 포털에 자동차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별로 차종, 배기량, 제원까지 꿰뚫고 있다.

그는 작년까진 국내 포털업체 다음(035720) (80,000원▲ 1,400 1.78%)커뮤니케이션의 ‘팀장’이었지만, 올해부턴 벤처기업 카닥의 ‘대표’가 됐다. 카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아이디어 육성 조직인 ‘넥스트 인큐베이터 스튜디오(NIS)’에서 사내 벤처로 탄생한 수입차 외장수리 중개 서비스다.

이준노 대표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V포럼빌딩에 있는 카닥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입차 수리시장 ‘블루오션’ 개척한 카닥

카닥은 수입차(외제차) 운전자들에게 믿을만한 수입차 정비업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개시켜주는 서비스다. 운전자들이 자동차의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카닥의 앱에 올리면, 카닥에 입점한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견적을 내준다.

그렇게 카닥 모바일 앱으로 운전자들과 정비업소가 ‘맺어지면’ 정비업체에서 직접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동차를 픽업해간다. 수리가 끝나면 운전자는 미리 정해진 견적대로 값을 지불하면 된다.

카닥 제공

카닥은 수입차 운전자들의 해묵은 고민을 풀어줬다. 자동차 외장수리란 덴트 복원, 판금, 도색과 같이 자동차의 외관을 관리·보수하는 것을 말하는데 수입차 외장수리는 매우 까다롭고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게다가 가격도 국산차 수리보다 2~3배 비싸다. 운전자들은 믿고 차를 맡길만한 정비업소를 찾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

수입차 공식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맡기면 수리하는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소요된다. 내부 부품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식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차를 맡길 필요가 없는데도 믿을만한 정비업소를 찾는게 어려우니 운전자들로선 골칫거리였다.

기존에 수입차 운전자들은 인터넷 블로그나 까페, 소모임에서 입소문을 통해 정비업소를 찾아갔다. 차를 판매한 대리점에선 20% 이상의 수수료를 떼고 정비업소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소비자가 지불해야하는 수리 비용은 자연스레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이준노 대표는 여기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운전자들은 카닥을 통해 수리 비용 견적을 비교해가면서 적합한 정비업체를 찾고, 정비업체들은 특별한 광고 없이도 카닥을 통해 손님을 모집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수입차 시장은 매년 10~20% 성장하지만 수입차 운전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대표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정비업체를 찾기 위해 전국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정비업체 사장님들을 만나서 영업을 하는게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카닥에 입점한 정비업체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걸쳐 약 50여개다.

◆ 이준노 대표 “수입차 시장 꽉 잡겠다”

카닥이 다음 사내 벤처로 결성된 것은 2012년 11월이고, 공식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2013년 3월이다. 작년 3월 카닥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왔다. 소비자들의 후기도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반년만에 사용자수(다운로드)가 12만명으로 늘었고 견적 건수는 월 평균 3000건을 넘었다. 

카닥 사무소 전경/카닥 제공

결국 카닥은 서비스 출시 9개월만인 올해 1월, 다음에서 분사해 독립 벤처기업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올해 초 기준으로 카닥 사용자는 15만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작년 말 수입차 시장은 86만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6만명의 수입차 운전자 가운데 15만명이 카닥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잘 될 때 서둘러야 빨리 시장을 장악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약 1년만에 분사를 결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카닥 덕분에 정비업체들의 서비스 질(質)도 좋아졌다. 정비업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서 직접 차를 픽업하기 시작했다.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카닥에 입점한 정비업체들은 한달 매출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다. 

카닥 애플리케이션/카닥 제공


“외장수리 정비업체 사장님들은 대부분 연세도 지긋하시고 자동차만 평생 만지신 분들이에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홍보, 이런걸 모르시는 분들이었어요.”

이 대표는 수입차 외장수리 시장에 대해 “수익 잠재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닥은 아직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아서 현재 월 매출은 0원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정비업소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 영역도 국산차 외장수리 쪽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 “회사가 딴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가능했다”

대기업에서 만들어진 벤처가 분사되어 독립하는 사례를 드물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안정적 궤도에 오르면 대기업에 흡수합병되는 것이 트렌드다.

하지만 카닥은 달랐다. 카닥은 다음과 전혀 사업이 겹치지 않는 수입차 외장수리 시장이라는 로컬(오프라인) 사업에 진입했다. 만일 카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콘텐츠 사업, 검색 등을 사업 내용으로 하는 벤처였다면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그대로 남는 것이 시너지를 냈을지도 모른다.

카닥이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이 대표는 ‘인재’를 꼽았다. 엔지니어 출신의 이 대표는 20~30대에 이미 두 번의 창업을 해봤고 카닥의 CSO(최고 전략 임원)를 맡고 있는 한현철씨도 다음에서 수년간 로컬 서비스를 기획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뛰어났고 로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 바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며 “다들 엄청난 인재들이 모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카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카닥 제공


이 대표는 회사가 사내 벤처를 육성하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딴거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NIS는 공모전에서 발탁된 팀들에게 1년간 본격적으로 사내 벤처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오너십과 자율성을 부여해준 것이 사내 벤처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NIS는 제 2의 카닥과 같은 벤처기업을 길러내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디자인 등 지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다음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다양한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