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남궁훈 이사장, "3D프린터, 게임산업의 새로운 비전 될 것"
박태학(Karp@inven.co.kr)
2014-03-20 16:24
- 자전거 바퀴 튜브 마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제조사에 문의해보니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고, 다른 부품과 함께 주문해야 하고, 일주일이나 걸린단다. 그러던 차에 튜브 마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마침 3D 데이터가 자전거 동호회에 올라와 있다. 동호회 회원이 제작해서 올려 놓은 것.
데이터를 받아서 집에 있는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끼워 넣으니 제 자리에 꼭 맞는다. 비록 정품보단 약간 모자란 듯 하지만 이제 잃어버려도 언제든지 프린트해서 끼워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랩에서 배포하는 팜플렛에 담긴 예시다.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은 분야이기에 당장은 실효성이 없으나, 머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는 그들의 예측이자 바람으로 보였다.
3D랩은 판교역 1번출구에서 약 3분 거리인 서건 타워 5층에 있었다. 저 너머로 엔씨소프트 건물이 보인다. 그 뒤로는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이 몰려 있다. 판교 외 지역에 사는 게임인들이 출퇴근하는 동안 지나갈만 한 위치. 누구보다도 3D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게임업계라고 강조한 남궁훈 이사장의 선택이었다.
강의실에서는 3대의 3D 프린터가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용융적층법 FDM 방식(구상권 랩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으로 구동되는 '리플리케이터2X'와 '리플리케이터 5세대' 파우더법 PBP 방식을 사용하는 '프로젯 460 플러스'가 그 주인공. 특히 '프로젯 460'은 현존하는 3D 프린터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제품 중 하나로, 다채로운 컬러를 표현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보급형인 '리플리케이터2' 시리즈와 비교해 10배를 훌쩍 넘는 가격은 비밀이다. 참고로 3D랩에 있는 '리플리케이터2'는 약 300만 원 대의 가격이다.
프로젯은 딱히 손댈 게 없었다. 가격 비싼 만큼 알아서 잘한다. 적층식 기법의 리플리케이터와는 다르게 분말 기법을 이용하는 프로젯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찍어냈다. 작업하다 가루가 쌓이면 쓱 한 번 치우고 들어가는 센스도 갖췄다. 사실, 치운다기보다는 파우더 가격이 워낙 비싸서 다시 모은 뒤 재활용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리플리케이터는 조금 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적층식, 거기다 위와 옆이 뚫려 있는 구조 덕분에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두 눈으로 즐길 수 있다. 프로젯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기는 하나, 그만의 매력으로 볼 정도는 된다.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극한다고 할까. (사실 리플리케이터 역시 디지털 방식이지만...)
약 10분 정도... 리플리케이터가 개구리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작업이 마무리되자 리플리케이터는 흥얼흥얼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불렀다. 20초 정도 되는 노래가 끝나자 구상권 랩장은 개구리를 꺼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 도중에는 10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온도, 하지만 완성과 동시에 빠르게 식는데, 식는 속도에 따라 마무리 작업의 용이함이 결정된다고 한다. 솔직히 조금 우악스러워 보이는 손놀림이었지만, 국내 최고의 3D 프린팅 전문가인 만큼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완성된 개구리는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품으로 갔다.
시연한 제품은 장식용 개구리였지만, 재질 특성상 3D 프린팅은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였다. 앞서 언급한 예시처럼 자전거 튜브 마개는 물론, 작은 수납장이나 필통, 심지어 휴대폰 케이스도 제작 가능했다. 구상권 랩장은 직접 만든 아이폰 케이스를 끼웠다. 판매되는 제품에 비해 마감은 떨어지지만, 세상에서 하나 뿐인 휴대폰 케이스는 분명 특별해 보였다.
편한 작업복을 입고 현장을 바쁘게 움직이던 남궁훈 이사장을 모셨다. 양해를 구한 뒤, 게임인재단이 다음 프로젝트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디자이너의 도안만 있다면, 언제든지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 하지만 단순히 이정도 이점 뿐이라면 까다로운 그의 선택을 받았을 리 없으니까.
3D랩 설립 계기부터 듣고 싶다.
모바일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전부터 위기는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셧다운제 이후 쭉 안좋은 일이 생기는 상태였으니까. 어떤 산업이나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접어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쇠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게임 산업은 미래 산업이다.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와주면 게임은 이에 잘 적응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는, 앞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하드웨어에 대해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비전이 끊이지 않는다.
3D랩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라 예측한건가.
미래 산업이 어떤게 있는지 고민해봤다.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그리고 3D 플랫폼도 체크해보고 이중에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리고 3D 프린팅이 말만 많았지 직접 접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3D 프린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로 접근할 수 있다. 이중에서 소프트웨어 쪽이라면, 게임업계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자신있어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이쪽 장르를 선도하는게 게임업계가 가져가야 할 책임이라 봤고.
이 때문에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3D 프린팅 관련 교육도 함께하게 됐다. 3D랩은 낮에는 체험관, 밤에는 학원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학원을 통해 교육받다보면, 실제로 프린터를 구매하고 싶은 수강생이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유통도 재단 차원에서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3D프린터 유통으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재단에 다시 투자하고 최종적으로는 중소 게임사 지원이 확대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건전하게 재무를 가져간다면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위치가 참 좋다. 판교 게임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출퇴근길에 구경하고 갈 수도 있겠다.
알고 있겠지만 재단 사무실은 솔직히 업계 사람들이 다녀가기에 불편하다. 체험 위해 거기까지 오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게임업계 사람들이 간편하게 다녀갈만한 곳이 어딜까 고민했고, 지금 위치에 설립하게 됐다. 업계 종사자 분들이 편하게 왔다 가시면서 아이디어 내 주시고 사업 기회를 구상해 보셨으면 한다. 이곳에서 업계 종사자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작은 계기라도 얻어가길 바란다.
그렇다면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3D 프린팅 기술에서 어떤 것을 배워갈 수 있을까.
처음부터 모델링이 가능한 3D 디자이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바로 게임업계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은 정말 조금만 배우면 바로 3D 프린팅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물론, 3D 프린팅은 잉크젯 프린터처럼 그냥 버튼 누른다고 나오는 게 아니기에 약간의 시행 착오를 겪게 될 거다. 하지만 워낙 기반지식이 많다보니 일주일 정도면 일정 수준 이상은 터득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나 웹디자이너를 비롯한 2D 디자이너들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거다. 포토샵 정도만 다루는 분들은 더 오랜 교육이 필요할 거고. 모든 분들을 위하여 다양한 난이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굳이 배워간다고 하면... 조금 더 재미있고 기발한 삶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학원에서 교육받은 분들은 친구의 결혼식 사진을 3D 프린팅해서 선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말 특별한 선물이겠지. 또, 자신의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3D 프린팅해서 소장할 수도 있고. 대중화된다면 게임업계만 갖고 있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인가.
약 한달 후부터다. 지금 게임인재당 3D랩장으로 계신 구상권 교수님께서 직접 가르치신다. 서울대에서 3D와 관련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며, 현재 대학 출강도 겸하고 계신다.
게임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수강 코스도 있나.
지금은 없다. 나중에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게임업계 종사자가 주 대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거다. 게임사에 소속된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회사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우리의 사업 취지를 알게 된다면, 충분히 협업 요소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3D랩 학원 2호점을 낼 때도 구로디지털단지를 우선으로 볼 것이다. 판교 다음으로 게임사 많은 곳이 그곳이니까.
3D 프린터는 일반인이 구하기엔 다소 고가의 장비다. 그리고 막상 구하더라도 국내는 설계도가 부족해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모델링을 공유하고 다운 받아본 뒤 프린팅 테스트를 위한 웹사이트를 기획 중이다. 일종의 3D 프린팅 커뮤니티라고 보면 되고, 조만간 오픈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비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학원 측에서도 특별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3D랩을 졸업한 분들에게는 기본 재료비만 받은 뒤 학원에 있는 프린터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할 것이다.
이후 게임인재단이 걸어나갈 방향이나 계획을 알려달라.
바로 얼마 전 게임인재단이 설립 100일을 맞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안정된 재무적 기반이 갖춰지지는 않았다. 게임문화재단이 1년 동안 20억 원 정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총자산이 21억 원 정도다.
되게 열심히 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자본의 벽에 부딫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솔직히 재단도 수익이 나야 한다. 3D 프린팅 분야 도전도 이러한 목표 아래 계획된 거고. 게임업계 종사자 분들이 수강 많이 해 주셨으면, 그리고 게임회사에서도 많은 관심 가져 주었으면 한다. 그들의 응원이 재단 성장과 중소 게임사들을 돕는 밑거름이 되니까.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현장 풍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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