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路 IT기업 썰물… 광화문·판교로 속속 옮겨가
홍원상 기자
입력 : 2014.02.10 03:07
넥슨·MS·엔씨소프트 등 이전… 테헤란로 공실률 2년 새 2배로
올해도 강북에 대형 건물 준공 잇따라 '脫강남 현상'계속될 듯
1~2년 전까지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 불 꺼진 오피스(업무용) 빌딩이 늘고 있다. 넥슨처럼 1990년대부터 이곳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싼 임대료와 새 건물을 찾아 떠나면서 공실률(空室率)이 10%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서울 도심 곳곳에 신규 오피스 공급이 이어져 IT 기업들의 '탈(脫)강남'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실률 2년 전 4%에서 7%대로 올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에 있는 테헤란밸리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SW) 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됐다. 당시 정부는 이곳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등 IT 업체를 지원하며 'SW 타운'으로 키웠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IT 기업들이 '새 둥지'를 찾아 속속 떠나고 있다.
작년 11월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광화문에 새로 지어진 '더케이 트윈타워'로 옮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삼성동에 본사 사옥을 갖고 있던 엔씨소프트는 작년 9월 판교 테크노밸리에 마련한 신사옥으로 이사했다. 역삼동 본사를 비롯해 주변 8개 건물에 나뉘어 있던 삼성SDS는 올 하반기 신천동 '향군잠실타워'로 통합 이전한다.
-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으로 있던 내로라하는 국내 IT 기업들이 최근 서울 광화문, 경기 판교신도시에 새로 지어진 오피스 빌딩으로 속속 떠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에 들어서 있는 오피스 빌딩들. /윤동진 객원기자
◇서울 광화문·판교에 오피스 대거 공급
기업들이 서울 테헤란로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판교신도시와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에 대체 업무지구가 새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광화문·서울역·여의도 등에는 '스테이트타워 광화문'(지상 23층)을 비롯해 'KDB생명타워'(30층) '그랑서울'(24층) 'FKI타워'(50층) 등 7개 대형 빌딩이 입주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올레 플렉스'(25층)와 '광화문 D타워'(24층) 등 4개 빌딩이 준공될 예정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상무는 "지난해 서울 도심에 대형 빌딩들이 잇따라 준공돼 신규 오피스 공급 물량이 최근 2~3년 새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임대료 싸고, 넓고 쾌적한 근무 공간으로
새 업무지구 건물은 임대료가 훨씬 싸다. 서울 테헤란로의 3.3m당 평균 임대료는 월 8만원인 반면, 판교 테크노밸리는 4만5000원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시작한 대형 건물들이 세입자 구하기 경쟁을 벌여 일정 기간 무료 임대해주거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매력이다. 계약만 하면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안 받는 곳도 있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무상 임대를 하면 사실상 임대료는 내려가지만, 재계약할 때 임대료를 다시 높게 받을 수 있어 건물주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IT 기업이 강남을 떠나는 또 다른 배경은 역설적으로 해당 기업의 덩치가 커진 영향도 있다. 사업 초기 테헤란로의 작은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던 IT 기업들은 회사 성장으로 근무 공간이 부족해졌다. 그 결과 본사 주변 건물에 사무실을 따로 빌려 쓰는 경우가 많았다. 엔씨소프트 윤진원 실장은 "테헤란로에 있을 때는 서로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여 회의하려고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린 단점이 있었다"며 "이제는 한 건물에서 수시로 회의하고 편의시설도 충분히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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