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거

판교핫뉴스1

[판교테크노밸리]오늘밤도 불켜진 IT회사, "밤샘이 벤처정신?"

하이거 2014. 5. 1. 10:19

오늘밤도 불켜진 IT회사, "밤샘이 벤처정신?"

IT기업 "초과근무 자율근로라 지급못해"…법조계 "근무시간 증빙되면 수당 지급해야"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입력 : 2014.05.01 05:38

     

주말근무를 강요하는 상사에 대한 불만이 담긴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금요일 퇴근 시간에 '월요일 오전까지 마무리해줘요'라고 말씀하시는 실장님 때문에 미치겠어요. 평일에도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는데 주말까지 일을 시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요."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의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야근에 대한 불만 섞인 글에 다른 직원들의 동조가 이어졌다. 모두 야근과 주말근무 강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국내 중견 포털기업에서 근무한 최모 과장은 회사에서 대형 해킹사고가 발생한 후 한 달간 연장근로가 100시간을 넘었지만, 그가 다음 달 월급 때 추가로 받은 금액은 교통비와 저녁값 등 20만원이 전부였다. 최과장은 "지식근로자라고요? 시급 2000원짜리로 대우해주는 곳에서 무슨 열의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경쟁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의 IT기업이 직원들의 쉴 새 없는 야근에 휴일근무로 창의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털, 게임, 모바일 업체 등 대다수 IT기업들이 연장근무 수당을 연봉에 포함하는 포괄연봉제로 추가근무 수당이나 보상 휴가 없이 연장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는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이 보통이다. 대형 IT기업은 사옥 내에 휴면실 등을 갖추며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에서 나타나는 기형적인 모습"이라고 일축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에 야근 등 연장근무는 12시간까지 허용된다. 기업들은 주 12시간, 월 40시간 등의 연장근무를 포함하는 포괄연봉 계약을 체결해 별도의 수당지급을 피하고 있다. 또 주 12시간이 넘는 근무에 대해서도 IT기업 특성상 근태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측정할 수 없어서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서는 프로젝트가 개발자에 맞춰 일정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날 야근을 하고도 다음날 정시 출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자율근무는 연장근무를 가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근을 벤처정신으로 포장하는 것도 문제다. 벤처는 회사가 성장해 상장이나 매각 과정에서 거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성장한 기업에서는 프로젝트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고작이다. 창업멤버로서 자신의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각오를 지닌 스타트업 직원과 일반 IT기업의 직원을 동등한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의 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IT산업노동조합은 자신의 위치와 시간을 기록하고 근무하는 모습을 저장할 수 있는 '야근 시계' 앱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야근 시계의 기록은 실제 법원에서도 야근의 기록으로 인정됐다. 출퇴근 시 팀장과 팀원들에게 안부메일을 보내거나 일일보고나 업무보고 등을 이용해 자신의 근무기록을 남기는 것도 방법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한 대형 IT기업 직원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휴가는 포상이 아니라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이 자리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준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연봉계약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무시간을 입증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기업에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며 "부서장이 연장근무를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감독행위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 이를 입증하기 더욱 쉬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