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Car) 시장은 탄탄大路" IT기업들, 車로 갈아탄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3-12-24 03:16 최종수정 2013-12-24 11:02
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 新성장동력 찾아 차선변경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MDS테크놀로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 등 전자업체가 최대 고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현대차그룹이 이들을 제치고 최대 매출을 올려주는 회사가 됐다.
1994년 설립된 MDS테크놀로지는 판교테크노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과 자동차·가전·항공기 등에 내장되는 컴퓨터 운영 체제나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다. 연간 매출이 700억원 안팎이다.
이 회사는 2010년만 해도 모바일 분야 비중이 전체 매출의 19%, 자동차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3년 새 상황이 역전됐다. 2012년 모바일 시장 매출은 전체의 7%로 줄어든 반면, 자동차 매출은 26%(190억원)로 늘었다.
MDS테크놀로지의 이런 변화에는 국내 자동차·IT 시장의 큰 흐름이 반영돼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스마트카 개발에 뛰어들면서 첨단 IT 기술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IT 업체들도 주력인 스마트폰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자동차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장 부품은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속의 전기 장치, 차량 간격 조절 시스템, 에어백,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장치 등 각종 안전·편의장치에 들어간다. 차량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려서 차량 내·외부의 상황을 감지하는 센서도 모두 전장 부품에 속한다. 예를 들어 센서가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는 것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전기 모터는 핸들에 작은 힘만 전달해도 차량을 안정적이고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보조해준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 등 자동차 시장 분야의 첨단 기술도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차량을 움직이는 전장(電裝)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30%에서 2015년 40%, 2020년 50%까지 오르고, 지난해 1900억달러 규모였던 스마트카 시장도 2017년에는 274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드는 게 주력인 국내 기업 엠씨넥스는 최근엔 자동차 회사에 카메라를 팔아 연간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 100억원가량은 해외 완성차 업체인 푸조·볼보에 팔아서 나온다. 현대모비스 등에 납품해 제품 성능을 인정받은 후, 해외시장까지 뚫은 것이다. 엠씨넥스 민동욱 사장은 "향후 차 한 대에 카메라가 6~8개까지 들어가는 등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CC(폐쇄회로)TV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어온 국내 중소기업 넥스트칩도 지난 3년간 2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센서 등 각종 전자 제어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내년에 생산될 쌍용차 체어맨에도 이 회사가 만든 반도체 ISP(영상신호처리칩)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경수 대표는 "3년간 연구진 25명을 자동차 분야에 투입했다"며 "현대차와 공동 개발하는 제품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선 LG그룹이 적극적이다. 모바일·노트북·가전 부품 등이 주력이었던 LG이노텍은 전장 부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자동차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디스플레이·네트워크 사업부와 차량부품 사업부를 전장부품 사업부로 통합했고, 자동차 관련 연구 개발 인력도 대거 뽑고 있다. 전장부품 분야의 매출도 2009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39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IT 기업들에 자동차 시장 진입 문턱은 높은 편이다. 우선 시장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기술 개발 주기가 6개월에서 1년으로 짧은 반면, 자동차는 하나의 모델이 고안돼 양산되기까지 2~3년 이상 걸린다.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매출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간 대량 생산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한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최종찬 전자부품연구원 본부장은 “자동차에 IT를 접목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자동차는 부품이 운전자의 생명과 연관돼 있어 부품의 안전·신뢰도와 관련해 대단히 보수적이라는 점을 IT기업들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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