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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하이거 2014. 3. 19. 07:30

“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 2014.03.18

 

갈까, 말까? 선택의 순간은 사람을 둘로 나눈다. 안 가는 사람과 가고 보는 이. 두 종류의 사람 중 누가 더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가봐야 끝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확실히 두 번째 타입의 인물이다.

“이 동네에 디자이너, 3D 모델러 엄청 많아요. 게임업계는 3D 프린터 산업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일단 재미있지 않아요? 자기가 만든 디자인한 실물로 뽑아볼 수 있다는 게.”

게임인재단이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은 ‘게임인재단 3D랩’이라고 지었다. 사무실도 판교역에 따로 열었다. 게임업체란 게임업체는 모두 입주한 바로 그 판교에 말이다.

 

게임인재단은 3D랩을 우선 3D 프린터 체험존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단 와서 보라는 뜻이다. 3D 프린터가 뭔지,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누구나 와서 무료로 3D 프린터를 체험할 수 있다. 등록이나 허가 절차는 과감히 생략했다. 게임업체에 다닌다는 증거의 하나로 명함 한 장만 있으면 된다고 남궁훈 이사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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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왼쪽)과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게임인재단 3D랩의 문을 열어보니 6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넓지는 않은 공간, 거기에 3D 프린터가 들어차 있다. 제품 면면을 살펴보니 구성에도 퍽 신경 쓴 모양이다. 미국 3D시스템즈의 ‘프로젯 460플러스’가 1대,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가 1대 들어서 있다. 메이커봇의 고급형 제품에 속하는 ‘리플리케이터 5세대’ 6대는 현재 바다를 건너는 중이다. 총 8대의 3D 프린터가 게임인재단 3D랩을 꾸미게 된다.

 

3D시스템즈의 프로젯은 파우더 및 잉크젯 조합 방식(PBP)을 쓰는 고급형 제품이다.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 시리즈는 수지압출방식(FDM) 기술이 적용된 저가형 모델이다. 현재 3D 프린터 시장은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고 있다. 게임인재단 3D랩에서는 각기 다른 기술이 만드는 결과물의 품질 차이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체험존 다음에는 3D 프린터 학원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3D랩을 게임업체 퇴근 길목에 잡았어요. 집에 가다 스윽 보고 가라고(웃음).”

앞으로 한두 달 동안은 체험존 운영이 이어진다. 체험존 다음 단계는 학원이다. 게임인재단이 직접 학원을 설립할 수는 없으니 별도 법인을 만든 뒤 학원 지분을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서류작업을 마칠 예정이란다. 직장인이 퇴근 이후 영어학원을 다니고, 독서모임을 만들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처럼 게임인재단 3D랩은 게임업체 종사자가 3D 프린터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마련된 배움터다.

 

3D랩은 게임인재단이 운영하지만, 체험존과 학원 운영은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이 맡아 이끈다. 구상권 랩장은 게임인재단 출발부터 남궁훈 이사장과 함께 한 배에 몸을 실은 인물이다. 대학에서 3D 컴퓨터 교육모형개발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남궁훈 이사장의 권유로 게임인재단에 합류했다. 남궁훈 이사장은 돈과 재단을 갖고 있고, 구상권 랩장에게는 3D 관련 기술과 지식이 있다. 두 인물이 씨줄과 날줄이 돼 게임인재단과 3D랩의 방향키가 되는 그림이다.

 

“앞으로 출범할 학원에서는 3D 프린터의 이론적인 부분과 필요성에 관한 강좌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게 잘 보면 방식이 10여가지가 넘어요. 그런데 뉴스만 봐서는 뭐가 무슨 기술인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총을 만드는 3D 프린터와 쿠키를 굽는 3D 프린터에 적용된 기술이 다 다른데….”

구상권 랩장은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3D 프린터 기술을 3D랩에서 한데 모을 예정이다. 보는 것이 첫 번째, 아는 것이 배움의 두 번째 과정이다.

 

구상권 랩장은 “게임인재단에서 3D랩 출범을 준비하며 몸으로 얻은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배움의 과정이 있다면, 바로 고민이다. 3D 프린터를 보고, 여기서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 직접 체득하라는 의미다. 3D 프린터 영역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다. 장밋빛 전망은 많지만, 모두 말일 뿐 누구도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확언할 수 없는 분야다. 구상권 랩장은 거기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구상권 랩장은 “예를 들어 컴퓨터 학원은 ‘취업’이라는 명백한 비전이 있는데, 3D랩 학원은 그같은 비전은 없다”라면서도 “컴퓨터 기술도 과거에는 별볼일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자리잡은 것처럼, 3D랩은 3D 프린터에서 이 같은 역사를 그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인재단 3D랩에서의 체험과 학원 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7~80년대 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가 거기서 미래를 본 것처럼, 3D랩은 3D 프린터에서 새로운 산업을 그리고 있다.

 

게임인재단에서 왜 하필이면 3D 프린터일까. 전혀 연관되지 않는 두 업종이 남궁훈 이사장을 접점으로 얽힌 까닭 말이다. 지나간 날들과 앞으로 그려질 상황에 관한 우려가 남궁훈 이사장을 3D 프린터 시장으로 이끌었다.

 

“저는 만약에 모발일 시장이 안 터졌으면 지금 게임 업계는 어떻게 됐을까를 가끔 생각해요. 모바일 시장의 급속한 팽창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게임업계는 초상집 분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남궁훈 이사장은 “사업의 새로운 기회는 패러다임이나 플랫폼의 변화가 있을 때 온다고 생각한다”라며 “이후의 바람은 인터넷오브씽스(IoT)와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3D가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PC통신에서 인터넷 세상으로 넘어오며 산업과 사업의 기회가 확장됐다. PC와 인터넷 이후에는 모바일이 또 한 번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남궁훈 이사장은 과거 PC통신 시절부터 지금의 모바일까지 두루 경험했다. 그 사이 마주친 거대한 파도도 직접 몸으로 느꼈다. 모바일로 플랫폼이 다시 한번 바뀐 지금, 남궁훈 이사장은 돛을 올리고 모바일 이후 불어올 바람을 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게 바로 3D 프린터다. 게임인재단이 이종 산업처럼 보이는 3D 프린터 시장에 발을 내민 까닭이다.

 

갈까, 말까? 선택의 순간에서 남궁훈 이사장은 가보는 쪽을 골랐다. 분위기는 좋다. 남궁훈 이사장의 3D 프린터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다.

 

“사실 페이스북으로도 슬쩍 찔러보긴 했어요. 그랬더니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관심은 있는데, 아직 이게 뭔지 몰라서 문제지. 게임인재단 3D랩이 국내 3D 프린터 산업의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랩은 누구든 체험할 수 있다. 게임업체에 다닌다는 증표로 명함을 제시하면 된다는 게 게임인재단의 설명이지만, 설사 명함이 없다고 해서 내쫓을 리 없다. 궁금하면 일단 가보자. 남궁훈 이사장이 3D 프린터 시장으로 ‘일단 고’를 외친 것처럼.

올봄부터는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 프린터 학원을 체험할 수 있다. 지금은 커리큘럼을 정교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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