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인간의 공통 암 발생기작 밝혀냈다-반려견 암의 유전자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토대 마련
등록일 2020.07.20.
개와 인간의 공통 암 발생기작 밝혀냈다
반려견 암의 유전자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토대 마련
□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변이 지도가 나왔다. 개의 유전정보는 이미 15년 전 해독되었지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변이 지도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유선암 : 암컷 개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암. 사람의 유방암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개 암의 연구모델로 적합함.
※ 유전자변이 지도 : 하나의 질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유전변이의 종류와 빈도를 망라한 것, 질병의 원인, 진단, 치료를 판별하는 데에 중요하게 사용됨.
○ 반려견이 있는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암에 걸린 반려견에 대한 적극적 치료의 토대가 되는 것은 물론, 비교의학적 분석을 통해 사람의 암을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상우 교수(연세대 의과대학)가 주축이 된 연세대-가톨릭 의대, 건국대 수의대, 광주과학기술원 공동 연구팀이 개 암의 유전자변이 패턴을 파악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 사람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변이가 대부분 밝혀져, 환자 각각이 가진 특징적인 유전변이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이미 실현 중인 반면,
○ 개의 경우 사람과 유사한 모양과 과정으로 암이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암을 일으키는 유전변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연구팀은 건국대학교(서정향 교수, 공동저자) 연구팀에서 확보한 국내 유선암 발병견 191마리와 그 종양시료를 대상으로 종양 유전체 정보를 읽어냈다.
○ 이를 바탕으로, 연세대학교(김상우 교수, 교신저자), 가톨릭의대(김태민 교수, 제 1저자) 및 광주과학기술원(남호정 교수, 공동저자) 연구진들이 유전변이와 유전자 발현을 분석, 유전자 변이지도를 완성하였다.
□ 나아가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 변이지도와 유방암에서 변이가 나타나는 주요 유전자(PIK3CA, PTEN, TP53, BRCA)를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같은 유전자들 내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빈도로 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 또한 같은 유선암이지만 유전자 발현의 정도에 따라 더 예후가 좋지 않은 아형(subtype)이 존재하며, 이는 사람 종양에서 알려진 아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 사람과 개 사이에 핵심이 되는 유전변이와 종양의 아형이 유지 됨을 보여준 이번 연구성과는 사람의 암에 대한 접근을 개의 치료를 위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 암에 걸린 개의 대규모 시료데이터를 구축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가 암에 걸리는 유전적 배경을 밝힌 이번 연구성과는 반려견의 수명 향상은 물론
○ 인위적으로 종양을 유발한 실험 동물모델과 달리,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암을 분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암에 대한 이해도 도울 것으로 기대 된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17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상우>
< 논문명, 저자정보 >
키워드
Genomic and precision medicine, canine mammary tumors, cross-species oncogenic signatures, breast cancer, PIK3, transcriptomic analyses, somatic mutations
저널명
Nature Communications
논문명
Cross-species Oncogenic Signatures of Breast Cancer in Canine Mammary Tumors
저 자
김태민 교수(제1저자/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상우 교수(교신저자/연세대학교 의과대학)
< 연구의 주요내용 >
1. 연구의 필요성
○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반려견의 사회적 역할이 증가하고, 반려견의 건강 또한 중요한 문제로 떠오름
○ 반려견은 대부분 인간에 비해 수명이 짧고(소형견종의 경우 약 15 -16년, 대형견의 경우 10여년), 10살이 지난 이후 암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함
○ 암이 발생한 반려견은 기대수명 및 치료비용의 한계로 적극적인 치료가 되지 않고 있었으나, 최근 반려견의 위상이 가족 수준으로 높아짐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등에 버금가는 치료를 실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
○ 그러나 개의 암에 대해서는 병리학적인 형태와 구분 정도의 연구들이 실시되어 왔으며,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며, 시도하더라도 사람에 비해 적은 수의 개체에서만 실시되어 유전자 변이 지도*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였음
* 유전자 변이 지도 : 하나의 질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유전 변이의 종류와 빈도를 망라한 것, 해당 질병의 원인, 진단, 치료를 판별하는 데에 중요하게 사용됨.
○ 지난 10년간 인간의 암은 유전체 수준으로 수 만 명 가까이 분석되어 정밀의료에 도달하였으나, 반려견의 암의 유전적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음
○ 반려견의 암을 인간 유전체 수준으로 분석한다면 반려견 암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는 한편, 인간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 분석을 통하여 암의 기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
○ 특히 유선암의 경우 암컷 개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암이며, 사람의 유방암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개 암의 연구 모델로 적합하였음
2. 연구내용
○ 국내에서 유선암에 걸린 191두의 반려견으로부터 종양시료 수집하였음. 각 개체마다 종양, 종양 주변의 정상 유선조직, 혈액 및 소변까지 동시에 채취하였음.
○ 수집된 종양시료로부터 유전체, 전사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생물 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하여 유전자 변이지도를 완성하였음
○ 유전체 검사 결과, 인간의 유방암의 대표적 발암원인인 PIK3CA 유전자에 반려견 또한 다수의 유전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43%) 하였으며, 이에 관련한 PI3K-Akt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에서도 다수의 유전변이를 찾을 수 있었음. 이는 개에서 발생하는 유선암과 인간의 유방암이 비슷한 유전자 고장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임을 의미함
○ 또한 인간 발암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변이(TP53, PTEN)도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음.
○ 전사체 분석 결과, 반려견의 유선암을 3가지 아종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인간에게서 나쁜 예후를 보이는 상피간엽이행(EMT)와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실제로 이들에서 예후가 좋지 않음을 확인함
○ 이외에도 다수의 유전자 복제 수 변이(copy number variation), 생식세포 변이(germ line variation)가 밝혀졌으며, 모두 인간의 암 유전자 범위 내에 있음이 확인되었음.
3. 기대효과
○ 서로 다른 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발암 과정을 찾아내어, 이들이 종을 넘어 암 발생의 근원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하였음
○ 반려견 유전체 검사를 통해,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인간 암의 유전자 정밀의학을 함께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였음. 즉, 같은 암이라고 하더라도 유전자 변이 및 유전자 발현 패턴에 따라 서로 다른 치료를 적용할 수 있음
○ 반려견 전사체 검사를 통하여 인간 암의 경우처럼 아종으로 나누어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대표적인 악성 예후 요소인 상피간엽이행이 개 암에서도 존재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 내었음
○ 현재 사람에게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등 차세대항암제를 동물암의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 나아가 반려견의 건강 및 복지 증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및 이를 통하여 인간 정서와 사회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
그림 설명
(그림 1) 개유선암의 유전분석 과정 개요
개유선암의 유전분석을 위해 총 191마리의 개에서 양성 및 악성유선종양 조직을 확보함. 비교분석을 위해 해당 개의 혈액 및 정상유선조직을 동시에 확보함. 확보된 조직에서 각각 DNA 및 RNA를 분리하였으며 차세대시퀀싱(엑솜시퀀싱, 전사체 시퀀싱)을 수행하여, 개유선암에서 호발하는 돌연변이 및 카피수 변화(DNA), 분자경로, 분자아형, 면역미세환경(RNA) 등의 포괄적인 분석을 수행하였음.
제공 : 연세대학교 김상우 교수
(그림 2) 유방암 관련 주요 분자경로 및 유전자의 변화 빈도
유방암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PI3K-Akt 및 p53분자경로의 핵심유전자에서 관찰된 개유선암(양성 및 악성) 및 인간유방암에서의 유전변이 빈도를 나타냄. 특히, 개 유선암 및 인간 유방암에서 공통으로 PIK3CA유전자의 유전변이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 이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기술을 인간-개유선암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나타냄.
제공 : 연세대학교 김상우 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상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 질병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비교 의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제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인간의 암에서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자원을 들여 얻어낸 유전자 변이 지도와 정밀의료의 토대를, 개에게서도 비슷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를 연구해 보았습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개 암을 수술하고자 하는 반려견주의 동의를 받아 수술된 종양의 조직과 해당 견의 혈액, 소변 등을 약 2년여에 걸쳐 수집하였습니다. 수집된 시료는 차세대시퀀싱(Next-generation sequencing) 기법을 이용하여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로 변환되었고, 생물정보학 기법을 이용하여 약 1년여에 걸쳐 분석을 하였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개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지만, 의생명학자에게 많이 익숙한 동물은 아닙니다. 보통 실험실에서는 쥐나 토끼 등이 많이 연구됩니다. 개 암의 종양 데이터를 다루는 것부터, 유전체를 연구하기 위한 시퀀싱, 데이터 분석 등이 모두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공동연구팀과 학생들이 처음 배우는 자세로 함께 공부하며 진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연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처음으로 개 암의 유전자 변이 지도를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동물 암 연구를 진행한 전례는 없습니다. 개 암의 사람의 암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비슷한 지도를 보여 놀라웠습니다. 반려견의 치료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결과는 반려동물을 위한 정밀의료의 빠른 도입을 가능케 하리라 생각됩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개 암을 위한 항암제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새로 소모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인간의 암과 비슷한 유전자 변이 및 유전자 발현 특성을 가진 것이 확인되면, 인간에게 적용하는 항암제를 개에게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최대한 많은 연구비용 및 기회가 우선 사람의 질병 치료에 배정되어야 하나, 반려견의 중요성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후속 과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연구를 오랫동안 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그 누구라도 우리가 개발한 연구성과의 혜택을 입어 질병을 치료하거나 혹은 삶을 되찾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 뿐 아니라 개에게도 그러한 혜택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큰 목표입니다. 실용화를 위하여 수의대학 팀과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연구진 간 소통 문제로 처음에 악성 종양이 아닌 양성 종양 시료가 수집된 적이 있었습니다. 큰 실수라고 생각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하여 노력했는데, 나중에 분석 과정에서 보니 양성종양을 함께 수집한 것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얻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새로운 발견이 실수에서 비롯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