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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지구자기장을 감각할 수 있다

하이거 2019. 3. 16. 14:32

인간도 지구자기장을 감각할 수 있다

등록일 2019.02.25

 

 









 


인간도 지구자기장을 감각할 수 있다
 

□ 인간이 나침반 없이 지구의 북쪽을 찾아내는 실험결과가 보고되었다. 채권석 교수(경북대학교) 연구팀이 인간에게 자기감각이 존재하며, 이때 눈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밝혔다.
    ※ 김수찬 교수(한경대학교)와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 동물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제6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철새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고 개미가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등, 약 50여 종의 동물이 자기장을 느끼고 활용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자기감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ㅇ 지금까지 인간의 자기감각 연구는 거의 없었다. 1980년대 맨체스터 대학에서의 연구*가 주목을 받았으나, 다시 실행했을 때 재현되지 않아 실패로 남았을 뿐이다.
    * 안대를 한 대학생들이 50 km의 버스여행 후 학교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간의 자기감각 능력을 주장했다.

□ 연구팀의 실험결과, 금식 후 음식을 섭취한 조건에서 남자 피험자가 회전의자에 앉아 돌면서 특수 장비를 통해 동서남북 중 무작위의 방향으로 변경된 자북(지구자기장의 북쪽)의 방향을 잘 찾아냈다. 실험은 시청각에 의존하지 않도록 피험자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실시됐다.

 ㅇ 금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한 경우에는 남녀 모두 자북을 찾지 못했다. 반면 18시간 금식한 후 초콜릿 과자를 섭취하여 혈당이 상승했을 때, 여자와 달리 남자 피험자들이 자북 방향을 잘 가리켰다.

 ㅇ 특히 파란색 빛이 있을 때에만 자기감각이 가능했다. 금식한 남자 피험자가 눈을 감고 실험할 때에는 자북 방향을 찾았지만, 안대를 써서 두 눈에 들어가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파란색 빛이 제외되는 특수 안경을 썼을 때는 자북 방향을 찾지 못했다.

□ 채권석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자기감각이 존재함과 눈이 자기감각 기관임을 규명했다”라며, ”향후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서 자기감각과 인간 정신활동의 상호작용을 탐색할 계획이다“라고 후속연구 계획을 밝혔다.

□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2월 14일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참고자료> : 1. 주요내용 설명  2. 그림 설명
             3. 연구 이야기


? 주요내용 설명

□ 논문명, 저자정보

논문명
Blue light-dependent human magnetoreception in geomagnetic food orientation
저  자
채권석 교수(교신저자/제1저자, 경북대), 오인택(경북대), 이상협(경북대), 김수찬 교수(한경대)

※ 논문 열람 :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11826

□ 연구의 주요내용
 1. 연구의 필요성
  ○ 지구는 형성 초기부터 하나의 자석처럼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긴 진화의 과정에서 지구자기장에 적응하여 생존해 왔다. 현재, 세균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약 50 여 종의 생명체가 지구자기장을 감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에서는 이 자기감각(magnetoreception)이 오감(the five senses)에 이어 제 6 감각(the sixth sense)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자기감각 연구에 의하면, 철새, 바다거북, 연어 등의 장거리 이동 동물 및 꿀벌, 파리, 개미 등 단거리 이동 동물은 지구자기를 감각하여 자신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 수 있다. 또한, 소, 노루, 개, 바퀴벌레, 도마뱀, 그리고 일부 세균은 지구자기를 감각하여 신체를 특정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식물에서는 지구자기장이 애기장대와 일부 콩과식물의 발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1980년대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에 의해서 행해진 소위 ‘맨체스터 실험’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연구에서 주장된 인간의 자기감각 존재는 1990년대 다른 연구진들의 실험에서 재현되지 않았고, 이후 현재까지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으며 인간의 자기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구 환경에 진화적으로 잘 적응해서 생존해 온 인간이 지구 형성 초기부터 늘 존재하는 지구자기장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감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어 왔다.
2. 연구내용
  ○ 연구팀은 사람의 암세포, 쥐 간세포 등의 동물세포 및 초파리 모델을 이용한 팀 내의 기존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간은 지구자기를 감각할 수 있으며, 이 자기감각은 기능적으로 생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4년 동안 이중맹검(double-blind test) 실험으로 검증했다.
  ○ 20~33세의 정상인 남·여 각각 20명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식사한 상태와 18시간 금식한 상태 두 조건 각각에서 개인별로 실험용 회전의자에 앉아 동서남북 네 방향 중 무작위로 한 군데 설정된 지구자기장의 북쪽(자북)을 찾는 실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실험 중 초콜릿 과자를 먹는 경우와 먹지 않는 경우, 각각 20회씩). 피험자는 양 눈을 감고 귀마개를 착용하는 등 어떤 오감으로도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최대한 자기장을 감각하려고 노력하면서 회전의자에 앉아 돌다가 설정된 자북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멈추도록 사전에 요청되었다.
  ○ 정상적으로 식사한 경우 남녀 모두 자북을 잘 찾지 못했으나, 실험 전에 금식한 경우에 여자와 달리 남자는 실험 중 초콜릿 과자가 주어진 경우(이 시기에 혈당이 상승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자북 방향을 잘 찾았다. 하지만, 이들 남자 피험자는 안대를 써서 양 눈으로 들어가는 빛을 차단한 경우와 파란색이 제외된 빛(500~800 nm)이 주어진 경우에는 자북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찾지 못했다. 또한, 자북을 잘 찾은 그 실험조건에서 지구자기장의 수직방향 벡터의 방향이 반대로 주어진 경우, 남자 피험자는 자남(지구자기장의 남쪽)을 자북으로 잘못 감각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잘 찾았다.
  ○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인간(남자)의 자기감각이, 1) 존재함(개인 간 편차가 큼) 2) 파란색 빛에 의존적임 3) 복각나침반*의 특성임 4) 눈이 자기수용 기관임 등을 규명했다. 또한, 연구결과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인간의 자기감각 수용체일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다.
     * 복각나침반(inclination compass) : 지구자기를 감각하는 생명체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종류의 자기감각 나침반 중 하나로서, 복각(inclination)은 생명체가 위치하는 지표면과 지구자기력선이 만나는 각을 일컬음.
     * 크립토크롬(cryptochrome) : 사람을 포함한 동물 눈의 망막에 발현되는 단백질 중 하나로서, 파란색 빛을 흡수하여 복각나침반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지난 50여 년의 자기감각 연구 분야의 미해결 문제였던 인간 자기감각의 존재를 규명하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인간 및 타 생명체의 자기감각 연구에서 획기적 발전의 단서를 마련했다.
  ○ 장기적으로, 심화된 자기감각 연구 성과의 축적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무의식적 정신활동의 다면적 이해 및 각종 뇌질환의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그림 설명



(그림1) 인간의 자기감각 유무를 검사하기 위한 실험방법
 정상적 식사 또는 금식한 정상인 남녀가 개인별로 실험에 참가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 시청각을 차단한 채로 회전의자에 앉아 돌면서, 동서남북 네 방향 중 무작위로 한 방향으로 설정된 지구자기장의 북쪽(자북) 찾도록 한다. 다양한 빛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며 눈을 감아서 볼 수 없어도 소량의 빛이 눈으로 투과해서 들어간다.


(그림2) 파란 빛 의존적인 인간의 자기감각
 금식한 남자 피험자만 파란색 빛이 주어진 조건에서 초콜릿 과자를 먹는 경우에 자기감각을 나타내었다. 눈이 인간의 자기감각 기관으로 판단되며 다른 생리적 상태에서도 자기감각이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단) 인간의 자기감각을 단순화된 모식도로 표현했다.

? 연구 이야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우리 연구실은 자기감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약 11년 동안 진행해 왔다. 동물에 비해서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으며 학계에서 인간의 자기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구 환경에 진화적으로 잘 적응해서 생존해 온 인간이 지구 형성 초기부터 늘 존재하는 지구자기장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감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오랫동안 해오던 중, 4년 전부터 실험으로 이를 검증해보고자 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자기감각 연구 분야의 특성상, 그리고 기존에 거의 없었던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연구였기에 새로운 실험 장치를 개발해서 적용하는데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다. 실험 목적으로 실험실 내의 지구자기장을 정밀하게 조절하기 위해서 김수찬 교수(한경대학교)와 긴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험에 대한 주변 전자파 및 자기장의 간섭을 차단하고 의도대로 실험실에서 자기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특수 시설, 장치, 그리고 실험재료를 실험 진행 단계에 맞춰 필요한 수준으로 마련하는 것이었다. 매번 사전 준비, 시행착오와 개선, 그리고 공동연구를 통해서 하나씩 해결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어떤 연구보다 신빙성 있는 증거를 토대로, 지난 50여 년의 자기감각 연구 분야에서 규명하지 못했던 인간 자기감각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눈이 인간의 자기감각 기관임과 자기감각이 복각나침반의 원리로 작용함을 보여준 것도 매우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향후 인간 및 타 생명체의 자기감각 연구를 촉진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를 마련했다고 판단한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성과에 속하므로 가까운 장래에 실용화 가능성은 낮다. 장기적으로는, 심화된 자기감각 연구 성과의 축적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활동 촉진 및 각종 뇌질환의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된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향후 5년 정도 내에 인간 자기감각의 수용체와 그 작용 메카니즘을 확실하게 규명하고자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자기감각과 정신활동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광범위하게 탐색하고 그 실체를 심층적으로 밝혀보고 싶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거의 늘 그렇듯이 이번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해서 처음 투고할 때부터 논문발표가 채택될 때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투고하는 학술지를 여러 차례 변경하고 논문 수정 요청이 거듭되면서 연구 내용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저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엄연한 동료평가를 재차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완성도가 높아지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맨 마지막 심사에서 이 분야의 한 연구자가 실명으로 작성한 솔직한 심사평으로부터 여러 학문적 도움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