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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 대해부] (下) 회사에 농구장·게임방…판교선 놀듯이 R&D한다

하이거 2013. 9. 13. 10:09

[판교 테크노밸리 대해부] () 회사에 농구장·게임방판교선 놀듯이 R&D한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3-09-11 03:21 최종수정 2013-09-11 11:01]

 

다른 회사와 소통도 활발21개 중견 상장사 CFO '1조 클럽' 만들며 교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 각종 오락·편의 시설을 완벽하게 갖춰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해 카페는 물론 수영장·안마실 같은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도 이런 실리콘밸리식 문화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7월 준공식을 가진 판교 신사옥에 농구장·찜질방·병원 등을 갖춰 놓았다. 도서실에서 근무 시간 중에 만화책을 읽을 수 있다. 윤진원 팀장은 "게임 같은 콘텐츠 개발 회사는 일하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제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판교로 본사를 옮긴 뒤 공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편의 시설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특징은 젊다는 데 있다. 기업 입주가 시작된 지 2년밖에 안 됐고, R&D 단지의 특징상 근무 인력의 연령층도 낮다. 특히 입주 기업의 절대다수가 전통적인 '굴뚝기업'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시되는 IT(정보기술)·BT(생명과학콘텐츠 관련 기업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젊은 R&D 인력이 많고 IT·BT·콘텐츠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보니 판교에선 자유롭게 놀면서 일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창의성 높이기 위해 회사를 놀이터처럼 꾸며

 

판교 입주 기업들은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사·총무 지원 서비스 전문 업체인 이트너스는 대표이사실 바로 앞에 '뒹굴뒹굴'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푹신한 소파에 반쯤 누워 쉬기도 하고, 발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 업체인 가비아는 매달 파티를 연다.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참여해 서로 어울리는 자리다. 보드 게임, 칵테일 만들기 등 매번 모임의 주제가 달라진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사내에 게임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한참 일할 시간인 오후 4시쯤 찾아갔더니, 직원들이 게임에 열중이었다. 카카오는 사무실 안에 칸막이가 없다. 대표도 사무실 한쪽에 책상을 놓고 직원들과 같이 일한다. 회사 안에서 공용으로 타고 다니는 킥보드도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R&D 단지에 밀집한 커피숍이다. 삼환하이펙스·H스퀘어·U스페이스 등 반경 200m 안에 있는 중심가 상가 건물 6곳에 입주한 커피숍이 41개에 달한다. 커피숍은 점심 시간이 아니더라도 담소나 회의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회사 간 교류도 활발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진행

 

판교 기업들은 회사 내부의 소통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지 내 다른 회사와도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나서고 있다. 회사 울타리를 넘어 다른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시너지(상승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021개 중견 상장사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모임인 '1조 클럽'이 출범한 것도 이런 활발한 교류의 결과다. 비슷한 업종에 있는 회원사끼리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도 이미 생겨났다. 지난 1월에는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26개사의 모임인 '프리(pre) 1조 클럽'도 만들어졌다.

 

사회공헌 활동도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웹젠·위메이드·시공테크 등 13개 회사가 지난 7월 만든 사회공헌 연합체 '판교 CSR 얼라이언스'가 대표적이다. 판교 지역 저소득층 노인의 영정 사진을 찍어 주고, 인근 학교 학생을 사옥으로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다.

 

"게임 생태계 만들어질 것"

 

기업 간 활발한 교류는 '산업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판교에 입주한 크고 작은 게임 업체들은 공생·경쟁하며 '게임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은 기업 간 경쟁만큼 협력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서버 운용 등에 강점을 가진 대형 게임사가 중소 개발사의 게임을 대신 서비스해 주는 '퍼블리싱'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형 게임사 입장에선 수익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할 수 있고, 중소 개발사 입장에선 마케팅이나 서버 운영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직원이 6명인 게임 개발사 30게임즈가 최근 사무실을 용인시 죽전동에서 판교로 옮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신필균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퍼블리싱사와 논의해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판교가 유리하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옮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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