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세포의 근간, 조혈줄기세포 생성 기작 밝혔다-백혈병·혈액암 등 혈액질환 및 줄기세포 이용 치료에 새 길 열어
보도일 2020-11-24 01:00 연구단명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혈액세포의 근간, 조혈줄기세포 생성 기작 밝혔다
- 백혈병·혈액암 등 혈액질환 및 줄기세포 이용 치료에 새 길 열어 -
혈액세포의 근간인 조혈줄기세포의 생성 원리가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이윤성 연구위원이 이끄는 분자유전학팀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 공동연구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Histone Chaperone) 히스톤 샤페론(Histone chaperone)단백질 : 히스톤(Histone)은 DNA와 결합해 응축된 유전체 구조를 형성하고, DNA의 활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DNA 사슬을 조절하여 DNA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거나, 유전정보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등 유전자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히스톤 단백질이 DNA 사슬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히스톤이 뭉치거나 DNA 사슬이 엉기지 않도록 제어하는 단백질이 히스톤 샤페론이다.
의 한 종류인 ‘섭티16에이치(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혈액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모두 일컫는 세포이다.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면역을 담당한다. 혈액세포는 ‘조혈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만들어낸다. 척추동물의 조혈줄기세포는 성체가 되는 발생 시기에 대동맥 내피 세포로부터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와 각각의 기능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히스톤 단백질이 뭉치거나 DNA사슬이 엉기지 않도록 제어한다.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전정보 손실 또는 유전자의 무분별한 발현이 일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함을 밝혔다.
연구진은 우선 조혈줄기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제브라피쉬 제브라피쉬(Zebrafish) : 얼룩말(Zebra)처럼 검은 줄무늬가 있는 최대 5cm크기의 열대어. 유전체 구조가 인간과 85%이상 유사하며 다양한 유전자 조작과 형광이미징이 가능한데다 생명력이 강해 실험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해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문제가 있는 모델을 제작했다. 차세대 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 :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술
분석 결과 Supt16h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단백질 기능을 상실함을 확인했다. 즉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Supt16h가 결여되면 세포 발생을 조절하는 ‘노치(Notch)신호’ 노치(Notch) 신호 : 신경, 혈관세포, 혈액세포 등 다양한 세포 및 기관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하는 신호체계. 세포막에 위치한 리간드와 수용체가 결합하여 근접한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한다.
체계에 이상이 생김을 발견했다. Supt16h가 제 기능을 못하면 종양억제 유전자인 p53이 지나치게 발현, Notch 억제 유전자 phc1이 활성화됐다. 이는 세포 발생에 중요한 Notch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켜 조혈줄기세포 생성 저해로 이어졌다. 요컨대 Supt16이 종양억제 유전자 p53을 매개로 Notch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조혈줄기세포 발생을 관장하는 것이다.
이윤성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특정 기관과 세포 발생에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을 밝히고, p53을 매개로한 Notch 신호 체계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재생의학 분야에서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뿐 아니라 백혈병 등 혈액 질환 치료법 개선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IF 20.042) 온라인 판에 11월 24일 오전 1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
[붙임] 1. 그림설명, 2. 연구추가설명, 3. 연구진 이력사항
그 림 설 명
그림 1. 정상 제브라피쉬(WT)와 Supt16h가 결여된 돌연변이(supt16h-/-) 제브라피쉬의 모습 비교 (좌) 와 조혈줄기세포 발생 비교 (우).
Supt16h 돌연변이 제브라피쉬는 머리와 꼬리에 비정상적인 형태를 보이고(좌측 하단), 조혈줄기세포를 표지하는 runx1 유전자(파란색 화살표)가 발현되지 않았다. Supt16h가 결여될 경우 조혈줄기세포의 발생이 억제됨을 알 수 있다.
그림 2. 정상 제브라피쉬(WT)와 Supt16h가 결여된 돌연변이 제브라피쉬의 조혈줄기세포 발생 비교.
혈액세포를 표지하는 cmyb:GFP 트랜스제닉 제브라피쉬(초록색)와 내피세포를 표지하는 fli1:DsRed 트랜스제닉 제브라피쉬(빨간색)를 이용하여 두 가지 색을 모두 발현하는 조혈줄기세포를 표지했다(하얀색 화살표 표지).
공초점 현미경 사진(위)과 정량적 분석(아래)을 통해 Supt16h의 발현 및 기능이 저하된 돌연변이에서 조혈줄기세포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정상 제브라피쉬(좌)와 Supt16h 돌연변이 제브라피쉬(우)의 조혈줄기세포 발생 기작 모식도
정상(Wildtype)의 경우 p53과 phc1의 발현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Notch신호가 정상 작동하여 조혈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 반면 Supt16h 돌연변이(supt16h-/-) 제브라피쉬에서는 p53의 발현이 증가하여 Notch 억제 유전자인 phc1을 직접적으로 활성화시킨다. 결과적으로 Notch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어 대동맥 내피세포에서 조혈줄기세포의 발생이 저해된다.
사진 1. 이번 연구에 참여한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강석현 연구위원, 이윤성 연구위원(교신저자), 명경재 단장, 강미선 연구원, 류은진 연구원, 오창규 연구원
연 구 추 가 설 명
논문명
Haematopoietic Stem Cell-Dependent Notch Transcription is Mediated by p53through the Histone Chaperone Supt16h
저자정보
Sophia G. Espanola ,Hyemin Song, Eunjin Ryu, Aditya Saxena, Eun-Sun Kim, Jennifer E. Manegold, Chanond A. Nasamran,Debashis Sahoo, Chang-Kyu Oh, Cara Bickers, Unbeom Shin, Stephanie Grainger, Yong Hwan Park, Lauren Pandolfo, Mi-Sun Kang, Sukhyun Kang, Kyungjae Myung, Kimberly L. Cooper, Deborah Yelon, David Traver, and Yoonsung Lee
연구이야기
[연구 배경]‘줄기세포’는 재생의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특히 조혈줄기세포와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는 혈액암,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 관련 질환의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액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고 치료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조혈줄기세포의 발생과 기능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연구진은 조혈줄기세포가 발생·기능하는 유전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제브라피쉬’ 를 이용하였다. 제브라피쉬는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모델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원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무작위 돌연변이 유발(Random mutagenesis)을 일으킬 수 있어 특정 생명현상과 관련된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찾는 데 최적의 실험모델이다.
[연구 과정] 우선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기 위해 제브라피쉬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한 후 13,000여 마리를 분석,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문제가 있는 네 가지 모델을 제작했다. RNA 시퀀싱을 이용한 유전자 매핑으로 그중 한 모델에서 Supt16h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유도되어 단백질 기능을 상실했음을 발견했다.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Supt16h 돌연변이 모델과 정상 모델의 유전 정보 차이를 비교하였더니 돌연변이 모델의 경우 Notch 신호 체계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저해됨을 확인했다. ATAC 시퀀싱 결과, 과발현된 종양억제 유전자 p53이 세포발생에 중요한 Notch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p53이 지나치게 발현하면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그러나 Supt16h 돌연변이에서는 세포사멸이 관찰되지 않았기에 Chip-seq 시퀀싱을 적용했고, p53이 Notch 억제 유전자인 phc1을 직접 활성화함을 발견했다.
즉 Supt16h 돌연변이 제브라피쉬에서 과발현된 p53이 phc1을 활성시킴으로써 세포 발생에 중요한 Notch 신호 관련 단백질들의 발현이 줄어듦에 따라 조혈줄기세포 발생이 억제되는 것이다.
[어려웠던 점] 무작위 돌연변이 유발을 통한 표현형 분석은 새로운 유전자를 찾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돌연변이를 발견하고도 해당 유전자를 찾지 못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RNA 시퀀싱 같은 새로운 매핑 방법을 적용하여 Supt16h 유전자를 새로이 발견하고 이 현상이 Notch 신호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히스톤 샤페론 Supt16h가 RNA 전사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험 초기 연구진은 Supt16h가 Notch 전사에 직접 관여할 것이란 가설로 접근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간 매개체인 p53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와 연관된 신호 체계를 찾는데 중점을 두었다. 새로운 가설을 세워 실험을 진행하다보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기존과 차별화된 관점으로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와 그 기능을 규명할 수 있었다.
[향후 연구계획] 조혈줄기세포의 발생은 다양한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조혈줄기세포의 발생 및 기능 기작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 유전자의 기능과 그들 사이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연구진은 무작위 돌연변이로 제작한 나머지 3개 모델을 분석하여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들과 각각의 기능, 나아가 유전자 간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조혈줄기세포의 발생 및 기능 메커니즘을 이해하여 향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개선에 이바지하고 백혈병 등 혈액 관련 질환 치료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진 이력사항
<이윤성,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 교신저자>
1. 인적사항
○ 소 속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2. 경력사항
○ 2009 - 2015 : UCSD, Postdoctoral fellow
○ 2015 - 현재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