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강입자가속기로 강한 핵력의 세계 정밀 탐구-1펨토미터 초미시세계에서의 입자간 상호작용 실마리
등록일 2021.01.27.
거대강입자가속기로 강한 핵력의 세계 정밀 탐구
1펨토미터 초미시세계에서의 입자간 상호작용 실마리
□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ALICE 국제공동연구팀(한국팀 대표 : 인하대학교 윤진희 교수)이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초미시 세계에서 입자간의 강한 상호작용(강력)에 대한 새로운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 CERN(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한 국제공동프로젝트 중 하나인 ALICE에는 39개 국가의 1,900여명이 참여하는데 한국에서도 8개 기관 40명이 참여하고 있다.
○ 빅뱅이 있고 백 만 분의 1초 후 형성되었을 원시우주를 재현하고 관찰, 우주초기물질의 생성과정과 상호작용을 밝혀 우주의 진화 과정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LHC에서는 빛의 속도로 가속된 입자들을 충돌시켜 많은 입자들을 생성해 내고 있으며, ALICE 실험팀은 이 입자들을 분석해서 초미시세계의 작은 기본입자(쿼크, 글루온 등)간 상호작용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 쿼크와 글루온 사이에 작용해서 강입자를 만드는 강력은, 강입자 사이에도 작용해서 원자핵을 만든다.
○ 그런데 기본입자간 강력으로부터 강입자간 강력을 이해하는 것 (제1원리)은 아직은 핵물리학의 풀지 못한 숙제이다.
□ ALICE 연구팀은 최근 양성자간 충돌에서 생성된 강입자간 운동량 차이를 측정, 모든 강입자 사이의 강상호작용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 이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는 희귀한 종류의 강입자가 많이 생성되는데다 생성된 입자를 식별하고 운동량을 측정하는 검출기의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강력이 작용하는 영역인 1펨토미터(10-15 미터) 정도의 초미시세계를 탐사할 수 있는 펨토스코피(femtoscopy) 기술이 완성되었다.
○ 양자역학적으로 아주 작은 영역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운동량이 필요한데, 이번 연구를 통해 거대강입자충돌기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강입자들을 아주 높은 운동량까지 측정함으로써 이제까지 관찰할 수 없었던 펨토미터 영역을 탐사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며, 이에 따라 강상호작용의 단거리 특성을 조사할 수 있었다.
□ ALICE에 참여하는 한국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 한편 ALICE 국제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2020년 12월 9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논문명
Unveiling the strong interaction among hadrons at the LHC
저널명
Nature 588, 232-238 (2020)
키워드
strong interaction(강상호작용), ultrarelativistic proton–proton collisions(높은 에너지의 상대론적 양성자-양성자 충돌실험) 하이퍼론(hyperon), correlation function(상관관계 함수), femtoscopy(펨토스코피)
DOI
10.1038/s41586-020-3001-6
저 자
ALICE Collaboration
한국인 논문참여자(공동연구자) :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 윤진희, 권민정, 김범규, 복정수, 조소연, 박종한, 권지연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 유인권, 김현중, 임봉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 권영일, 김태준, 김준걸, 김태수, 김재현, 이성주, 김대혁
세종대학교 물리학과 : 김세용
강릉원주대학교 물리학과 : 김진숙, 백용욱
전북대학교 과학교육학부 : 김은주, 김준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안상언
<작성 : 인하대 물리학과 윤진희 교수>
1. 연구의 필요성
○ ALICE 실험은 CERN의 거대강입자 가속기(LHC)를 둘러싼 네 개의 대형 국제공동실험 중 하나로, 39개 국가 175개 기관 19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빅뱅 후 백만 분의 1초 후 형성되었을 원시 우주를 재현하고 관찰함으로써 우주 초기의 물질의 생성과정과 상호작용을 밝히고, 이를 통해 우주의 진화과정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물질의 상호작용은 기본 입자, 특히 퀴크와 글루온이라 불리는 물질 들의 근간이 되는 작은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되는데, 이를 실험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빛에 가깝게 가속한 입자들을 충돌시킴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목적으로 건설된 가속기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이며, 한국에서도 8개 기관의 40명의 연구자들이 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2. 연구내용
○ 물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입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이다. 이들은 강하게 결합되어 안정된 핵을 구성한다. 핵 내의 양성자들은 양의 전하를 띄므로 전자기력에 의해 강하게 반발한다. 1900년대 초에는 이들이 어떻게 강한 반발을 이겨내고 결합되어 있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현대물리학의 발달과 함께 아주 작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핵력(nuclear force)이라고 불렀다. 1900년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적 정립과 더불어 미시세계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기본입자들에 대한 표준모형이 정립되면서, 핵력이라 알려진 강한 힘은 양성자나 중성자 사이에 작용해서 핵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더 작은 세계에서는 양성자나 중성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입자, 즉 쿼크라 불리는 입자들 사이에 작용해서 양성자나 중성자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핵력이라는 명칭 대신 네 개의 기본적인 상호작용(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이라는 점에서 강력이라고 부른다.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이, 쿼크들이 강력을 통하여 뭉쳐진 입자들을 강입자라 한다. 격자양자색역학(Lattice QCD)에서는 이러한 제 1 원리로부터 강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계산하였다. 이 이론적 결과는 특히 무거운 쿼크 (기묘쿼크, 매혹쿼크, 탑쿼크, 바닥쿼크)를 포함하는 강입자에 대해 잘 들어맞는다. 문제는, 무거운 쿼크를 포함하는 강입자들은 순식간에 붕괴하기 때문에 이를 실험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 무거운 강입자 상호작용에 대한 측정 결과를 격자양자색역학 계산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 이러한 불가능의 벽을 뛰어넘은 중요한 실험적 결과가 바로 이번 Nature에 발표된 연구결과이다. ALICE 연구팀은 양성자-양성자 충돌에서 생성된 강입자 간의 운동량 차이를 측정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하이퍼론과 핵자(양성자나 중성자) 사이의 강상호작용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었다. 하이퍼론은 무거운 쿼크 중의 하나인 기묘쿼크를 포함하는 강입자다. 강력이 작용하는 1펨토미터 (10-15 미터) 영역의 초미시세계를 탐사할 수 있다 하여 “펨토스코피(femtoscopy)”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하이퍼론뿐 아니라, 모든 강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ALICE 실험팀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이미 람다(Λ)나 시그마(Σ), Xi(Ξ) 입자들의 상호작용 연구를 성공적으로 검증한 한 바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희귀한 하이퍼론인 오메가(Ω) 입자와 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우 정밀하게 밝혀냈다.
○ 두 양성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하게 되면, 좁은 공간에서 높은 에너지밀도가 형성되면서 많은 입자들이 생성된다. 이 때 생성된 두 입자의 운동량 상관관계는 이 입자들이 만들어진 생성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정보를 통하여 알고자 하는 두 입자의 상호작용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이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그림 2이다. 양성자와 양성자가 충돌하여 생성원이 만들어지고(그림 2-a), 그로부터 방출되는 두 입자를 선택하여 실험적으로 상관관계를 구할 수 있다(그림 2-d). 이 상관관계 함수를 이론 공식(그림 2-c)에 입력하면 역으로 두 입자의 파동함수를 결정할 수 있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서 두 입자 간의 포텐셜 함수가 결정된다(그림 2-b). 포텐셜 함수는 두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거리에 따라 나타내는 함수이다. 그림에서 두 입자 사이의 거리 r의 단위로 쓰인 “fm(펨토미터)”는 를 의미하며, 1미터를 1억 등분한 작은 조각을 다시 천만 등분한 정도의 크기이다. 이는 원자 크기의 10만분의 1 정도로서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초미시세계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초미시세계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이 마련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논문에서는 양성자와 크사이 입자(, 분홍), 양성자와 오메가 입자(, 오렌지) 사이의 상호작용을 특별히 제시하였는데(그림 3), 두 경우 모두 격자양자색역학의 결과와 잘 들어맞는다.
○ 결론적으로 이번 실험으로서 모든 종류의 하이퍼론에 대한 강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1) 대형강입자충돌기 (LHC)의 충돌환경에서 하이퍼론이 많이 생성된다는 것, (2) 펨토스코피 기술로 강상호작용의 단거리 특성을 조사할 수 있었다는 것, (3) 입자를 식별하고 운동량을 측정하는 데 있어 ALICE 검출기의 뛰어난 성능이다. 앞으로 우리는 LHC에서 얻는 데이터를 통해 모든 강입자 쌍에 대한 강상호작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ALICE 국제협력연구팀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의 LHC(거대강입자 충돌기) 가속기를 통해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후, 두 양성자를 정면 충돌 시킴으로써 강입자라 불리는 복합입자들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보다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적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현재 8개 기관의 40명의 연구자들이 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으며(한국 대표: 인하대 윤진희 교수)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업그레이드 작업에서도 입자 충돌 지점에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내부궤적추적장치를 제작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하였다. 새로이 업그레이드된 앨리스 검출기를 이용하여 더 많은 데이터와 더 정밀한 측정을 통하여 하이퍼론뿐 아니라 매혹입자를 포함하는 강입자의 상호작용을 밝힘으로써 강상호작용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할 계획이다.
그림 설명
기묘한 입자 중에 가장 희귀한 오메가 하이퍼론(왼쪽)과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상상한 그림. (©CERN)
(그림 1) 하이퍼론과 양성자의 상호작용
기묘한 입자 중에 가장 희귀한 오메가 하이퍼론(왼쪽)과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상상한 그림.
출처 : CERN ALICE
(그림 2) 상관관계 함수와 포텐셜 함수와의 관계
실험에서 방출되는 두 입자의 상관관계로부터 이들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포텐셜 함수를 얻게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a) 양성자와 양성자가 충돌하여 생성원이 만들어지고, 이로부터 양성자와 하이퍼론이 방출되는 그림. (b) 두 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포텐셜 함수. r은 두 입자 사이의 거리로서 단위로 쓰인“fm”는 를 의미하며, 1 미터를 억 등분하고 그 등분을 다시 천만 등분한 정도의 크기로서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초미시세계의 영역이다. (c) 상관관계 함수의 정의를 나타내는 수식. 상관관계 함수는 생성원의 분포와 파동함수로부터 계산되며 실험적으로는 오른쪽 항과 같이 결정된다. (d)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잡아당기는 힘일 때(초록)와 서로 밀치는 힘일 때(빨강)의 상관관계 모양.
출처 : Nature 588, 232-238 (2020)
라이센스 :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그림설명 : 인하대 물리학과 윤진희 교수
(그림 3) 양성자와 하이퍼론 입자와의 포텐셜 함수
양성자와 하이퍼론 강입자 사이의 상관관계 함수를 에너지(정확히는 운동량)에 따라 그린 그래프. 하이퍼론 중 크사이 입자와 양성자(, 그림 3-a), 또 오메가 입자와 양성자(, 그림 3-b) 사이의 관계이며, 그림 3-b 안에는 높은 에너지 영역을 확대하였다. 초록선은 두 입자의 전기적 인력인 쿨롱힘만 있는 경우로서, 두 경우 모두 쿨롱보다 실험값이 더 크다는 것은 콜롱힘보다 더 강한 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홍이나 오렌지, 파란색의 띠는 격자양자색역학의 이론값이며, 실험값은 각각 분홍색 결과와 오렌지색 결과와 잘 들어맞는다.
출처 : Nature 588, 232-238 (2020)
라이센스 :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그림설명 : 인하대 물리학과 윤진희 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 : 인하대 물리학과 윤진희 교수>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호기심은 물질의 기본 구성이다. 플라톤의 4원소설부터 시작해서 현대에는 표준모형에 이르고 있다. 물질 자체의 구성입자(빌딩블락)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결합해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는 이들을 결합시키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가 시작된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는 CMS, ATLAS, ALICE, LHC-b 4개의 검출기가 설치되어있다. 전 세계의 5천여 명의 과학자들이 CERN에 참여해 공동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ALICE와 CMS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힉스입자 발견에 기여한 CMS가 표준모형의 입자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다면 ALICE는 이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기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주이다. 핵과 핵을 충돌시켜서 우주초기의 굉장히 밀집되고 높은 에너지 상태, 즉 빅뱅과 유사한 상태를 재현해 원시상태에서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0월 CERN과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CMS와 ALICE 실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ALICE 실험에는 39개국, 175개 기관의 1900명의 연구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8개 연구기관(강릉원주대, 부산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 전북대, 충남대, KISTI) 40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물리학은 실증학문이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결과가 실험적으로 관측되어야 학계에서 인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하이퍼론과 같은 불안정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하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서 거의 모든 종류의 하이퍼론과 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초미시적인 세계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방법은 차후 높은 휘도와 에너지로 업그레이드되는 LHC 실험에서 거의 모든 종류의 강입자 상호작용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시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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