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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사진제공=게임인재단 |
"게임에서 마우스로 입력하는 방식을 증강현실을 통해 골프채로 칠 수 있도록 한 것이 스크린골프입니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 풍토 속에서 나온 신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게임을 모르면 모든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입니다."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마스코트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이 이번에는 '게임인'을 위해 나섰다. 지난해 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신분으로 지스타 불참선언을 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게임업계의 최전선에 나선 것이다. 당시 남궁 공동대표는 셧다운제를 강화하고 게임사 연매출의 최대 1%를 인터넷 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손인춘법'을 비판하며 게임인을 대변했다.
남궁 이사장이 게임인재단을 설립한 것은 지난해 12월. 설립하자마자 '힘내라 게임인상'을 제정해 소규모 개발사를 돕더니 곧바로 2회 게임인상 모집에 돌입했다. 보통 사회공헌이나 재단법인이라고 하면 한걸음 업계에서 물러났다고 할 수 있지만 남궁 이사장만은 달랐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게임업계의 마스코트 남궁 이사장의 게임인재단 명함을 보면 도트로 표현된 캐릭터 외에도 신기한 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캐릭터 아래 표시된 레벨이다. 남궁 대표의 명함에는 레벨 옆에 숫자 17이 써있다. 이 레벨이 무엇이냐 물으니 게임업계에 종사한 연차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매번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과 관련된 요소를 학습에 적용하는 것)을 강조하더니 명함에까지 게임과 현실의 접목을 시도한 것이다.
남궁 이사장은 게임업계에 보기 드문 게임 전도사다. 17년 경력이 말해주듯 한게임 공동창업부터 시작해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등 늘 게임업계 경영 1선에서 뛰어왔다. 게임업계 수장들이 대부분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것과 반대로 남궁 대표는 게임업계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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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사진제공=게임인재단 |
◇게임인재단의 미래 게임인재단은 3가지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번째는 게임인을 위한 재단이다. CJ E&M 이사로 재직당시 남궁 이사장은 영화, 음악 분야 종사자들이 "우리 영화인이, 우리 음악인이"라며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 내심 부러웠다고 전했다.
게임인재단 문화자문위원으로 합류한 배우이자 공연제작자 김수로씨도 그 때 쌓은 인연이 발단이 됐다. 김수로씨를 필두로 향후 공연·문화계와 연대해 게임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두번째 의미는 게임 '인재단'이다. 그가 위메이드를 떠나면서 세웠던 목표는 게임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이었다. 제도와 현실의 문제와 부딪혀 학교 설립은 잠시 뒤로 미뤄뒀지만 인재를 키우기 위한 꿈마저 버리지는 않았다. 게임인재단에서는 특성화 교육기관에 재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남궁 이사장이 게임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는 것도 게임이 선도하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스크린 골프 게임이 증강현실을 이용했듯 향후 수많은 기술이 게임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PC가 가정에 보급될 때도 PC 사양 경쟁을 부추긴 것은 게임이었다. 향후에는 교육·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과의 접목이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인재단 로고에는 가운데 위치한 글자 '인'이 한자로 표시돼 살짝 위로 올라와있다. '인'이라는 글자를 뺀 마지막 의미가 게임재단이다. 설립 후 지체 없이 시작했던 '힘내라 게임인상'은 그 첫걸음이다. 게임인상은 1회에서 두 업체를 선정해 상금을 전달했으며 매달 업체 1곳을 선정해 각종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멈춰있는 재단 아닌, 역동적인 재단 운영 자금은 어디서 전달할까? 질문을 던지자 "그게 걱정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궁 이사장은 "재단을 운영할 때는 수백억을 들여 건물을 구입한 다음 임대료로 사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이 때문에 내가 아직 재단을 운영하기 이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반대로 수익 사업을 통해 더 역동적인 재단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남궁 이사장은 수익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게임인재단 한편에 마련된 3D 프린터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수익 사업은 비단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3D 프린팅이라고 하는 미래 기술과 게임 산업과의 접목을 위해 판교 테크노밸리 내 3D 프린팅 학원을 설립할 생각이다.
남궁 대표는 "3D 프린터의 디자인 과정은 기존의 디자인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게임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전체 게임 개발 인력 중 디자이너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의 3D 프린팅 분야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