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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유선전화 사라져간다

하이거 2013. 12. 17. 10:36

사무실 유선전화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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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광화문으로 이사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에는 사무실 필수품으로 꼽히는 유선전화가 없다. 사옥을 이전하며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로 이름 붙인 업무 환경을 조성한 뒤 생긴 변화다.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정해진 자리 없이 아침에 출근하며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는다. 고정좌석제를 폐지하자 자리 전화 쓰임새도 함께 사라졌다. 대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애플리케이션으로 회사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에서 유선전화기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과 이동통신망 발전을 등에 업고 유선전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업무 기반이 빠른 속도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다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움직이는 사무실' 시대가 열리자 책상 한쪽에 퇴물 취급을 받고 방치됐던 유선전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2011년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로 사옥을 옮긴 포스코ICT는 이 분야 선도기업 중 하나다. 국내 기업으로 최초로 지정좌석제를 전면 폐지하면서 자리 전화도 함께 없앴다. 그 대신 사옥 반경 1㎞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면 관련 데이터가 회사 중계기를 통해 밖으로 나가면서 받는 사람 휴대폰에 '031' 국번으로 시작하는 회사 번호가 뜬다. 이 번호로 회신 전화를 걸면 직원 스마트폰이 울린다. 유선전화를 완전히 없애면서도 회사 번호는 유지하는 '이원체제'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모든 업무전화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외부 고객이 회사로 전화를 걸 때 '자리를 비웠다'는 핑계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어 일의 능률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KT '올레캠퍼스'도 이 같은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지정좌석제를 없애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집에 전화를 놓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여기에 일선 기업까지 전화를 없애고 있어 전체 유선전화 사용량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6~2007년 2300만명이 넘었던 유선전화 가입자는 매년 급감해 지난해는 1846만여 명으로 떨어졌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인터넷ㆍIPTV 등과 결합상품으로 쓰지 않는 인터넷전화를 설치하는 집도 많아 실제 사용 중인 유선전화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까지 이 같은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스마트폰 기반 업무 포털 '모바일 하모니'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업무 상당수를 처리할 수 있다.

경기도청 역시 포스코ICT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지정좌석제 폐지 등을 벤치마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유선전화를 없앤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업무 환경이 자리 잡으면 자연스레 유선전화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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