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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플라스틱' 미·일 40년 격차 따라잡았다

하이거 2014. 3. 24. 10:09

'수퍼 플라스틱' 미·일 40년 격차 따라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2014.03.24 00:44 / 수정 2014.03.24 00:44

김효경 이니츠 사장
원천기술 피해서 9년 만에 개발
자동차 경량화에 핵심 소재

SK케미칼과 일본의 데이진이 합작해 세운 이니츠의 김효경 사장이 금속에 도전하는 강한 ‘수퍼 플라스틱’ 원료와 수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실제 자동차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무게가 철의 3분의 1 수준인 수퍼 플라스틱은 자동차용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이니츠]

‘땡그랑.’ 분명 외견은 플라스틱인데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자 금속 소리가 난다.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금속보다 강한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수퍼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신소재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이 있다. SK케미칼이 지난해 일본 데이진과 합작해 세운 이니츠다.

 23일 경기도 판교의 SK케미칼 본사 건물에서 만난 김효경(47) 이니츠 사장은 “수퍼 플라스틱 분야에서 미국·일본과의 40년 기술 격차를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 9년 동안 수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개발을 위해 연구를 해왔다. 수퍼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해 200~250도의 온도를 견뎌낼 수 있다. 무게는 철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경량화에 목숨을 걸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금속을 대체할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셰브론필립스와 티코나, 일본의 도레이 등 업체가 이미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수퍼 플라스틱은 일반 자동차엔 약 1㎏,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엔 대당 2~5㎏이 쓰인다. 김 사장은 “자동차 업체들의 플라스틱 사용 비율이 우리나라가 8~10%에 그치는 반면 일본에선 15%에 달한다”며 “우리 소재기술의 발전이 있어야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 플라스틱은 1970년대 초 미국 셰브론필립스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국내 기업인 SK케미칼이 이 원천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수퍼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선 ‘나프타(원료)→벤젠→클로로벤젠→디클로로벤젠→수퍼 플라스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SK케미칼은 벤젠에 염소(클로린)를 합성해 클로로벤젠을 만든 뒤 염소를 다시 빼는(디클로로벤젠) 과정을 과감히 없앴다. 김 사장은 “벤젠에서 바로 수퍼 플라스틱을 뽑아내는 역발상을 했지만 9년간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간신히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염소 과정을 빼면서 경쟁력도 갖췄다. 특유의 매캐한 플라스틱 냄새가 사라지고, 생산과정 중 폐수 등 오염물질 발생도 줄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 SK케미칼은 오랜 사업 파트너인 일본의 화학회사 데이진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김 사장은 “이 시장의 고객 50% 이상이 일본 기업이라 전략적 마케팅을 위해서도 합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합작사인 이니츠를 출범시키고 울산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기업들과의 교류도 늘고 있다. 그는 “국내외 유수 자동차 업체와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전기차 시장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수퍼 플라스틱 시장은 약 8만t 규모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셰브론필립스가 세계 1위다. 미국의 티코나 , 일본 도레이 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니츠가 내년 중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1만2000t의 수퍼 플라스틱을 만들게 된다. 단숨에 업계 3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규모다. 김 사장은 “연간 2만t의 수퍼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증설해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상의 모든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김 사장의 꿈이다. 그가 꼽은 수퍼 플라스틱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보일러·순간온수기 같은 기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위성이나 방위사업에도 쓰일 수 있다. 그는 “자동차 외장강판, 헬리콥터 날개 등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 joongang.co.k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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